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고삐 풀린 유가, 100달러 넘나…경제계도 촉각 곤두
글로벌 원유시장, 이란리스크 대비책 없어…4~5개월 후 국내경제 타격 불가피
입력 : 2018-09-30 오후 5:27:19
[뉴스토마토 최병호·조승희 기자]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오르며 고삐가 풀렸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정유와 화학, 항공, 해운 등 주요 중화학공업에서 타격이 불가피해 국내 산업계는 비상이다. 유가가 선행지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유가 100달러' 시대 오나…전망 분분
3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런던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11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2.69달러로, 2014년 11월10일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73.25달러에 거래를 마쳐 7월10일 이후 최고가였다.
 
관건은 유가가 어디까지 뛸 것이냐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가를 당장 내려야 한다"며 증산을 압박 중이다. 이 요구는 11월7일 미국의 중간선거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반면 OPEC을 이끌며 글로벌 원유공급의 10%를 담당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원유 증산합의는 없었다"며 "80달러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 괜찮은 수준"이라고 말해 배럴당 80달러가 높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11월까지는 80달러 선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이후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산유국에 유가 인하를 요구하며 미국민의 민심을 얻을 동기가 사라진다. 더구나 11월 대이란 경제제재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원유공급 지금보다 더 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이란의 비중은 3.9%다. 이란 제재로 당장 원유공급의 약 4%가 줄어들 처지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글로벌 원유시장은 수급이 매우 타이트한데, 공급량의 1%만 줄어도 시장이 출렁인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에 전문가들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국제경제를 강타한 ‘유가 100달러 시대’가 재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24일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에너지콘퍼런스(APPEC)'에서 국제 원유거래사인 머큐리아에너지그룹의 대니얼 재기 공동설립자는 "원유시장은 이란 제재로 하루 200만배럴의 공급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유가가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 원유거래사인 트라피규라그룹의 벤 러콕 공동대표도 "유가가 크리스마스까지 90달러, 내년 초에는 1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산유국과 미국의 에너지시장 주도권 다툼을 고려하면 유가가 횡보 또는 하락하리라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산유국으로서는 2013년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가니까 미국에서는 셰일산업이 일어났고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 에너지 수요가 늘어났던 학습효과가 있다"며 "80달러 선에서 접점을 찾지 않을까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고유가 지속, 내년 경제타격 불가피
유가의 추가 상승과는 별개로 일단 내년 초 국내 경제에 대한 타격은 기정사실화 분위기다. 유가는 선행지수이므로 파급 효과가 국내 실물경제에 반영되는 것은 대략 4~5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9월에 배럴당 80달러를 넘었다면 배럴당 100달러가 되느냐 여부를 떠나 적어도 4~5개월 뒤인 내년 상반기에는 고유가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13주째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월4째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50.2원이다. 보통 휘발유의 주간 평균가격이 1650원을 넘은 것은 2014년 12월 3주이래 처음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6주 연속 상승함에 따라 국내 기름값도 당분간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을 2.8%, 내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0.2%포인트 내린 2.6%로 전망했다. 경기 동행·선행지수가 장기간 하락세며 국제유가 상승으로 공공요금과 공공서비스 가격이 인상,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80달러면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96%, 소비는 0.81%, 투자는 7.56% 내려간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의 구매력 약화와 소비 하락에 따른 기업의 매출 감소 등의 연쇄작용을 일으킨다"며 "국제유가 상승세가 진정될 것인지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했다.
 
운송업·정유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
산업계에서는 유류비가 수익과 직결되는 항공과 해운업계가 비상이다. 9월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90달러대로 지난해 3분기보다 43.15% 올랐다. 항공사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영업비용의 30% 수준이다.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를 때 항공사는 연간 2000억원의 유류비를 추가 부담, 영업이익 손해가 커질 전망이다. 해운업계 역시 해운사들의 비용에서 유류비의 비중이 20% 안팎일만큼 유가에 따른 수익 변동성이 크다.
 
정유업계는 유가 추이에 따른 정제마진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 수익의 척도지만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이를 예측하기 힘들어졌다. 올해 배럴당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1월 평균 6.2달러에서 2~3월에는 7.4달러로 뛰더니 7월에는 5.5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이달 6.0달러 선을 회복했다. 나프타 등 원유 정제과정의 부산물을 이용하는 석화업계는 고유가에 원가 부담이 커졌지만 제품값을 높일 수 있어 수익분석에 분주하다.
 
반면 고유가 시대에도 수혜를 볼 산업도 있다. 산유국들이 유가 상승세와 이란의 공급절벽 영향으로 대규모 플랜트 발주를 늘리게 되면 중공업 또는 자원개발업체들은 수주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0년대 초반처럼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 에너지 수요가 부각될 수 있는 점도 관련 산업에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실질적인 수주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대체 에너지시장이 활성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도 기름값이 오르면 저연비차 대신 고연비·친환경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병호·조승희 기자 choibh@etomato.com
최병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