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전기차 시장 급성장에 힘입어 2분기에 신장된 실적을 거뒀다. 3사는 2020년까지 사업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지만, 자국 정부의 지원으로 세를 키워나가는 중국 업체들과의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삼성SDI는 30일 2분기 매출액 2조2479억5600만원, 영업이익 1528억200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1%, 2696.5% 증가했고, 전 분기보다는 17.8%, 112.2% 늘었다. 실적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지부문이다. 이 부문의 매출은 1조727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76.8%나 됐다
앞서 2분기 실적을 발표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덕을 봤다. LG화학은 7조519억원의 매출액과 70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전지부문에서 1조49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SK이노베이션도 소재사업 영업이익이 1분기보다 33.5%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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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사업의 성장성이 확인되며 실적이 꿈틀대자 각사는 사업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모양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목표를 대폭 상향조정했다. 기존에는 2020년까지 70기가와트시(GWh)를 생산목표로 제시했으나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는 90GWh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의 생산목표는 10GWh다. 삼성SDI는 1·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 모두 구체적 생산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았으나 "배터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설비투자를 늘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업계는 삼성SDI가 LG화학에 버금가는 생산목표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생산목표 확대를 위해 LG화학과 삼성SDI가 각각 폴란드와 헝가리에 공장을 확보했으며, SK이노베이션도 3월 헝가리에서 공장 착공식을 연 데 이어 중국 내 공장부지도 물색 중이다.
사업확대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중국 동향이다. 중국은 글로벌 최대의 전기차 시장이면서도 2016년 사드 파동 이후 유독 한국산 배터리에 빗장을 걸고 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고 미국과 유럽 등 우회 시장을 노리고 있다.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은 99%에 가까운 자국 물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출하량 1·3위가 됐고 이제는 직접 유럽에 공장을 짓고 BMW, 폭스바겐 등과 손잡는 중이다. 국내 업체들의 사업확대는 중국 업체와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예고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물량 공세로 보면 CATL의 성장세는 답이 없다"면서도 "CATL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지만 아직 기술적 측면에서는 국내 업체가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중국도 CATL 한 기업만으로는 한국과 일본 등 다른 업체들과 싸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올해 초 폭스바겐에서 '메가 프로젝트'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런 대형 프로젝트에서 국내 업체가 수주해 생산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SDI 경영실적 설명회에서도 배터리부문에서 중국 업체들의 사업확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SDI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추가 공급선을 확보하는 것은 전기차 생산이 급격히 증가하는 환경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그러나 시장 확대가 전체적으로 당사에도 공급기회를 열어주므로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 주요 고객들이 새 업체를 선정해도 사업 초기부터 당사와 쌓은 상호협력과 신뢰,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 등을 토대로 장기간 높은 점유율 유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