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2016년 제작된 <플라스틱 차이나>는 폐플라스틱 등 폐기물을 처리·재활용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국인들의 모습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영화에서는 어른 키보다도 큰 폐플라스틱 더미들이 끝없이 쌓인 장면을 보여준다. 중국은 지난해까지 한해 700여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수입하며 글로벌 폐기물 수입의 60%를 차지했다. 중국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와 폴리염화비닐(PVC),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염화비닐(PVC) 등의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왔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폐기물 재활용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막고자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20여종의 폐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의 환경정책 강화로 국내에서는 폐플라스틱 대란이 터졌지만, 오히려 시장에서는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반사이익에 주목한다. 중국은 폐플라스틱 수입을 중단한 대신 자체 생산능력을 확보할 때까지는 석유화학재품을 계속 수입해야 한다. 국내 업계로서는 대중국 수출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발 이슈가 마냥 호재만은 아니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이 환경규제와 더불어 자국 석화업계 구조조정과 자급률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 문턱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그간 역대급 실적을 써 내려간 석화업계가 중국발 변수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이유다.
15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량은 5437톤으로 지난해 1월보다 99%나 줄었다. 중국 정부의 폐플라스틱 수입 중단 효과다. 중국발 정책이슈에 국내 석화업계는 반색한다. 2016년 중국 내 PVC 수요는 1600만톤이지만, 나프타(원유 정제과정서 나오는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통한 PVC 생산은 480만톤에 불과했다. 단순히 계산해도 약 1200만톤의 수급차질이 빚어져 수출확대 여지가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와 더불어 중국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 내 제품 수급이 타이트해지면서 생긴 가격상승 영향은 2분기 실적부터 반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주요 석화업체인 롯데케미칼과 LG화학, 한화케미칼, 대한유화 등의 실적개선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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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중국발 반사이익이 3~4년 뒤에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노후설비를 퇴출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자급률을 올리는 방향으로 석화업계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62건의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2016년 국무원 주도로 석유화학산업 체질개선을 본격화했고, 중국의 정치경제 특성상 거대기업 위주로 산업지형이 재편될 것"이라며 "석유화학업종에서는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경쟁력이 앞서 단기적 영향이 적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격차 축소와 경쟁 격화 등의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특히 중국의 자급률 상승은 위협이다. 제품별 차이가 있으나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은 7~80%대로 알려졌다. 중국의 자급률 증가는 중국 내 국내 업체들의 입지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산 스타이렌모노머(SM) 등에 반덤핑 관세를 매기려는 데서 드러나듯 보호무역까지 동원했다. 한국석유화학협회 자료를 보면 올해 1~2월 석유화학제품의 대중국 수출은 292만9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19만3000톤보다 9.0% 줄었다. 1~2월 평균 수출은 146만4500톤으로 지난해 연평균 수출량(155만3400톤)보다 적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동향과 글로벌 경기·수급 등 시황이 워낙 좋아 '수퍼 사이클'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중국 구조조정과 자급률 이슈로 중국 내 경쟁심화 우려가 있어 동향을 계속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