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블랙 코미디’란 환멸과 냉소를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이야기 전개의 한 방식이다. 사실 이 같은 스토리 전개 방식으로 보자면 영화 ‘머니백’을 ‘블랙 코미디’라고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7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그들은 각기 저마다의 스토리가 있다. 그 중심은 ‘돈’이다. 그 ‘돈’은 각자에게 어떤 목적을 의미한다. ‘머니백’에서 머니는 말 그대로 돈이다.
백은 가방이란 뜻의 ‘bag’이 될 수도 있다. ‘돌아온다’란 사전적 의미의 ‘back’도 된다. 영화 ‘머니백’은 돈이 든 가방을 말하기도 하지만 돈 가방이 돌고 돌면서 벌어지는 일곱 남자의 처절한 사투를 그렸다. 처절하지만 어둡지는 않다. 어둡지는 않지만 밝지도 않다. 한 바탕 물고 물리는 소동극의 전말은 어수선하고 시끄럽지만 의외로 현실 문제를 담으려는 노력도 돋보인다. 치밀하진 않지만 유기적으로 연결된 스토리와 캐릭터의 연결성이 돋보인다. 이만하면 꽤 잘 만들기 위해 고민을 한 지점이 체감된다.
약간의 기시감은 높다. 어딘가에서 본 듯한 설정이다. 1995년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속 기본 골격에서 아이디어를 채용한 느낌이다. 박중훈 주연의 두 편 ‘돈을 갖고 튀어라’와 ‘총잡이’다. ‘머니백’에서도 가장 중요한 도구가 바로 '돈가방'과 '권총'이다. 이 두 가지를 통해 일곱 명의 남자들은 얽히고 설킨다. 의도치 않은 예상 밖의 상황이 꼬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작위적이고 과장된 느낌이 크지만 상업 영화의 테두리 안에서 보자면 무리는 없다.
간단하면서도 조금은 복잡한 구성이다.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 뿐인 취준생 민재(김무열)는 엄마의 수술비를 사채업자 똘마니(김민교)에게 빼앗긴다. 그 배후에는 사채업자 백사장(임원희)이 있다. 그 배후에는 부패한 국회의원 문의원(전광렬)이 있다. 백사장은 문의원의 불법자금 '줄'이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금은 모자란 킬러 박(이경영)에게 문의원 살해 의뢰와 함께 총을 보낸다. 그 총은 자신과의 도박에서 돈 대신 총을 걸었다가 잃은 최형사의 권총이다. 최형사는 직위 해제로 급하게 경찰서에 권총을 반납해야 한다. 그리고 택배기사(오정세)는 백사장이 킬러 박이 전달하려 한 권총을 대신 배달해야 하는 똘마니의 윽박지름에 겁을 먹고 물건을 대신 배달한다. 그리고 그 물건은 공교롭게도 킬러 박의 옆집에 살고 있는 민재의 손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 '머니백'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머니백’은 이렇게 꼬이고 엮인 인물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소동에 방점을 찍는다. 모두가 돈이 필요하다. 우연한 기회에 권총을 손에 넣게 된 민재는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언제나 눈치만 보고 소심하며 자기 주장도 펼 줄 모르던 그에게 총은 용기가 된다. 그 용기를 무기로 거대한 돈가방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 돈 가방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그리고 다시 이 사람으로 자리를 옮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얕은 피상적인 에피소드와 일차원적인 웃음 코드가 눈에 거슬리고 실소를 터트릴 지언 정 밉살맞아 보이지는 않는다. 모두가 이유가 있고 또 악인이지만 악인다운 면모가 아닌 비현실적 인간성을 보인다. 그래서 작위적이고 과장된 모습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머니백’이 지겹다거나 흥미성이 떨어지는 얘기는 아니다. 오히려 복잡한 구조가 간결하게 다가오는 것은 모든 인물에게 딱 한 가지의 목적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돈 가방'이다. 최형사가 권총을 찾아야 하고 택배기사가 우연한 기회에 말려든 의외성이라곤 하지만 모두가 한 가지만 바라본다. 돈 가방은 이들에게 현실 탈피를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다. 그래서 설득력이 있게 다가왔다. 물론 킬러 박의 권총, 택배기사의 현실 문제 그리고 똘마니의 폭력성이 튀게 보일 수는 있지만, 먹이사슬 관계와 캐릭터들의 레이스 속도 완급 조절 등은 눈에 띈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의 허준형 감독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영화 '머니백'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과 과장된 호흡 그리고 돈 가방을 중심으로 한 일곱 남자의 뒤섞인 역학 관계가 복잡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리드미컬한 흐름은 분명히 돋보인다. 억지가 억지로만 다가오지 않는 것은 얕은 수위이지만 각각의 인물들에게 우리 사회가 분명히 담고 있는 사회 문제를 하나씩 부여했기 때문이다. 그 지점을 완급 조절로 자연스럽게 흘러가게 했다. 마지막 일곱 명의 남자들이 모두 모인 ‘연설 현장’ 시퀀스에서 폭발하는 코미디와 추격 그리고 카체이싱은 ‘머니백’의 엔터 종합선물 세트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럼에도 따지고보면 ‘머니백’의 미덕은 딱 한가지다. 근래 보기 드물었고 충무로가 잊고 지낸 '소동극'이다. 그 안에 시대도 담겨 있다.
영화 '머니백' 스틸. 사진/리틀빅픽처스
이 정도면 상업영화 데뷔작으로선 A학점이다. 개봉은 오는 12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