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 이 정도면 문제가 심각하다. 방송인 김생민이 주인공인 ‘연예인 성추문’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무려 10개 프로그램이 공중분해를 맞게 됐다. 그가 출연 중이고 출연이 예정돼 있던 광고만 16개에 달한다. 뒷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건 ‘쇼크’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멘붕’이다. 2일 급작스럽게 터진 김생민의 10년 전 성추행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벌어진 사태다.
현재 김생민이 고정 출연 중이던 프로그램은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종합편성채널 등 방송 매체 가운데 영향력이 안 뻗은 곳이 없다. 대표적으로 지상파 가운데 그의 친정이나 다름없는 KBS2 ‘연예가중계’, MBC ‘출발! 비디오여행’, SBS ‘동물농장’은 당장 그의 하차가 확정적이다. 3개 프로그램 모두 그가 메인MC는 아니지만 10년 이상 고정 패널로 출연해 왔기에 타격은 프로그램 폐지와 맞먹는 수준일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인터넷 팟캐스트에서 파일럿 그리고 정규편성이 된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은 방송 중단을 선언했다. 사실상 폐지나 다름없다. 그의 이름을 달고 출발한 이 프로그램은 무명생활 25년을 청산한 증거나 다름없었다. ‘성실함의 아이콘’을 선사한 기획 의도와 맞물리며 ‘그뤠잇’ ‘스튜핏’ 등 유행어까지 그에게 선사했다. 케이블채널 tvN ‘짠내투어’도 마찬가지다. 김생민의 절약가 면모를 전면에 내세운 콘셉트로 인기를 끌었다. 폐지가 거의 확정적이지만 불명예 퇴진이란 점에서 김생민이나 프로그램 모두에게 심각한 수준이다.
김생민. 사진/MBC
이밖에 MBC ‘전지적 참견 시점’, MBN ‘오늘 쉴래요?’, EBS ‘호모 이코노미쿠스’, MTN ‘김생민의 비즈정보쇼’, YTN ‘원 포인트 생활상식’이 김생민의 고정 프로그램이다. 그를 메인MC로 기획 중이던 프로그램도 다수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프로그램 방송일정이 대부분 토요일과 일요일에 몰려 있는 것도 문제다. 김생민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프로그램 모두가 그의 하차 및 폐지를 놓고 내부 논의중인 점을 감안할 때 당장 돌아오는 주말 방송 결방 사태가 벌어질 전망이다.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종편을 망라한 방송 재난 수준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방송가 관계자들의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광고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12월 한국기업평가연구소가 선정한 ‘남자 광고모델 브랜드 평판 1위’에 김생민이 이름을 올릴 정도로 그는 신뢰감과 절약 및 근면성실의 아이콘이었다. 그를 내세워 광고를 한 브랜드도 자동차 제약 여행 보험사 등 다방면이다. 기획재정부가 만든 ‘김생민의 내 삶을 바꾸는 2018 예산안’도 타격을 맞았다. 사용 불가다.
지상파 방송사 한 프로그램 메인 작가는 뉴스토마토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부적으로는 그를 간판으로 내세운 프로그램의 경우 폐지가 확정적”이라면서 “광고계에선 위약금 검토가 이어지고 있단 전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가에서도 대중들이 느끼는 점과 마찬가지로 배신감이 크다”면서 “다른 어떤 연예인들보다도 절약과 성실을 이미지로 내세운 점이 거짓이었단 것에 제작진들도 분노를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생민은 피해자에게 뒤늦게 사죄했다. 하지만 사죄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방송가에 핵폭탄을 터트리고 강제적으로 발을 빼게 된 김생민으로 인해 모두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