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데뷔 62년을 맞은 원로 배우 이순재의 연기는 보는 것만으로도 진심이 전해졌다. 아니 관객은 그저 보기만 하면 됐다. 이미 이 원로 배우의 연기는 연기가 아닌 진심 그 자체였다. 특히나 아역 배우 정지훈, 박지윤의 초롱초롱한 기운은 이 노년의 배우와 함께 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합을 만들어 냈다.
27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덕구’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연출을 맡은 방수인 감독과 주연 배우인 이순재, 정지훈, 박지윤이 참석했다.
이날 방수인 감독은 “너무도 뻔한 얘기를 그리고 있다”면서도 “이번 작업은 채우는 것이 아닌 비우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분위기 그리고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에 대한 얘기를 이번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방 감독이 말한 알면서도 외면하는 것에 대한 지점은 영화 속 다문화 가정 그리고 어린 아이 외국인 등을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살면서 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을 의무라고 알고 있다”면서도 “요즘 세상은 그것을 외면하면서 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영화 속 할아버지를 연기한 이순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인도네시아 촬영을 꼽았다. 이 장면은 인도네시아 출신 며느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 그는 “학대와 핍박을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많다”면서도 “이 영화로 우리가 진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가 당신을 식구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장면 같았다”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 노개런티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이순재다. 그는 “배우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른 것이 아니다. 바로 작품 그 자체다”면서 “출연료는 사실 받아봤자 얼마 안된다. 작품과 캐릭터가 마음에 들면 그게 무조건 우선이다”고 덧붙였다.
이순재는 영화 전체에 90% 이상 촬영 분량을 담당하기도 했다. 원로 배우로서 체력적인 문제점 그리고 데뷔 감독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그는 “사실 쉽지 않은 기회였다. 신인 감독이기에 걱정도 많았었다”면서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그런 걱정할 게 없더라”고 웃었다.
손자뻘인 두 아역과의 호흡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순재는 “정지훈이 연기한 ‘덕구’는 쉽지 않은 역할이다”면서 “덕구에 대한 이해와 표현이 아주 좋았다”고 평했다. 그는 ‘덕구’의 동생 ‘덕희’를 연기한 박지윤에 대해서도 “감정의 사이사이를 채우는 작업이 아주 적절했다”며 “두 아역들이 진솔하게 소화해 줬다. 작품에 아주 큰 보탬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덕구’는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어린 손자와 손녀에 대한 얘기를 그린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된 할아버지가 세상에 남겨질 아이들을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을 담았다.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