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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바람바람바람’ 이엘 "'센'여자? 아뇨. 저 솔직히 쑥맥이에요"
"시나리오 재미있었다. 편해질 것 같다는 느낌 강하게 받아"
입력 : 2018-03-26 오후 6:23:05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의 조력자이자 비참한 죽음을 당하는 ‘주은혜’, 드라마 ‘도깨비’에서 새빨간 립스틱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시크함의 ‘삼신할머니’. 두 캐릭터만으로도 배우 이엘은 워낙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 노출까지 겸비한 너무도 강한 캐릭터를 소화했던 필모그래피 그리고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의 키포인트 캐릭터. 단 두 작품으로 이엘에 대한 ‘센’ 모습은 사실이 됐다. 전작 ‘스물’을 통해 말맛 코미디란 장르를 만들어 낸 이병헌 감독의 신작 ‘바람 바람 바람’에서도 이엘은 같지만 조금은 다른 이미지로 등장한다. 섹시함은 여전하다. 하지만 내추럴한 모습의 이엘은 이제야 제 옷을 입었다는 듯 만족한다. 그리고 센 이미지와 달리 한 없는 ‘쑥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사실 이점이 반전 아닌 반전이었다.
 
이엘. 사진/NEW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한 카페에서 만난 이엘은 여전히 풍기는 섹시함이 강렬했다. 스스로도 ‘워낙 도시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의 말에는 ‘워낙’이란 단어가 방점이 찍혀 있었다. 반대로 얘기하면 그 지점 때문에 대중들의 선입견이 조금은 아쉬울 법도 했다. 그걸 빗대어 말하는 듯 보였다.
 
“전혀 그렇지는 않아요. 김지현(본명)도 저이고. 이엘도 저이고. ‘바람 바람 바람’ 속 제니도 저의 모습인데(웃음). 생긴 것 때문에 절 세게 봐주시는 데. 바로 어제 방송된 JTBC ‘아는 형님’만 해도 진땀 나 죽는 줄 알았어요. 하하하. 보셨어요? 저 완전히 죽을 뻔 했어요. 거의 육식 동물 앞에 숨 죽이고 있는 초식 동물의 느낌이었어요. 하하하.”
 
센 모습은 호탕한 말투에서도 드러났다. 하지만 대화 도중 간간히 보이는 쑥스러움을 타는 표정이나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듯 밝은 기운을 내려는 노력이 눈에 보였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처럼 느껴졌다. 이 점은 함께 연기를 하는 상대 배우들에게도 선입견이 될 수도 있지만 그와 함께 한 배우들은 모두가 칭찬을 하는 대목이다.
 
이엘. 사진/NEW
 
“감독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고. 이성민 선배님이 나중에 그러셨는데. 제가 좀 어려웠데요. 아휴 얼마나 몸둘 바를 몰랐는지. 전 현장에서 되게 애교도 많이 피우고 그랬는데. 생긴 게 그런가?(웃음). 저 되게 낯도 많이 가리고. 인간관계도 그리 넓지가 않아요. 그래서 연애를 못하나? 하하하. 그래서 사실 이번에 ‘제니’ 역할도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바람 바람 바람’은 기본적으로 불륜에 대한 얘기다. 이엘이 맡은 제니는 극중 두 남자에게 바람의 기운을 불어 넣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번에도 섹시함이 넘치는 인물이다. 매력적인 여인으로 설명이 되지만 영화 속에선 분명히 섹시함이 앞선다. 이엘은 ‘섹시함’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들 법도 하지만 역시나 호탕하게 웃는다.
 
“여자한테 칭찬 아닐까요? 하하하. 제니가 불륜을 조장하는 캐릭터? 전 글쎄요. 인간관계에 대한 호기심이 아주 강한 인물이라고 봤어요. 석근(이성민), 봉수(신하균) 두 남자에 대한 관심 뿐만 아니라 지효 언니가 연기한 미영에게도 호기심을 느끼고 접근하고. 되게 외로운 인물이라고 봤죠. 특별한 설명도 없는 인물이고. 사실 쉬운 연기는 아니었어요. 무언가를 혼자 설정하고 뛰어 들어야 했으니.”
 
이엘. 사진/NEW
 
이엘은 그런 제니를 마음에 들어한 이유로 내추럴함에서 찾았다. 지금까지 ‘인간’ 역할을 맡았어도 기억에 남는 센 인물, 더욱이 삼신할머니, 귀신 등 하나 같이 ‘보통’이 아닌 캐릭터만 도 맡아 왔다. 이번에도 사실 자연스러운 인물은 아니지만 전작의 필모그래피보단 자연스러운 인물이었음에 마음이 쏠렸다. 스스로도 ‘제니’를 그런 출발점으로 보고 선택을 했다.
 
“우선 감독님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가 있어요. 읽다보면 음성 지원이 되는 것 같은 착각까지 들 정도니. 하하하. 그리고 뭐랄까. 내가 편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어요. 진한 메이크업도 안하고 섹시한 옷도 벗어 버리고. 만족이라기 보단 나쁘지 않았던 선택 같아요. 현장에서도 촬영하면서 감독님 디렉팅을 받을 때 그런 점을 많이 느꼈고. 완성된 결과물을 보니 나 스스로가 많이 편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편안함의 이유는 함께 연기한 이성민, 신하균, 송지효의 배려도 큰 몫을 했다. 제주도에서 한 달 간 촬영한 ‘바람 바람 바람’은 흡사 여행을 떠났다 온 기분이었단다. 이성민의 유머스러움, 신하균의 진지함, 송지효의 친언니다운 챙김이 이엘의 낯가림을 무너트렸단다. 촬영이 없을 때는 커피 한 잔을 두고 밤새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고.
 
이엘. 사진/NEW
 
“제가 그렇게 술을 즐기는 편은 아닌데. 다들 또 술을 즐기시는 분들도 아니고. 촬영 끝나면 술자리도 많았는데 대체로 커피 마시면서 수다로 시간을 보냈어요. 얼마나 웃기고 즐거웠는지. 하하하. 하균 선배는 캐릭터가 웃기지만 오케이 사인 나면 다시 그 진지모드로 돌변하세요. 반대로 성민 선배는 그냥 ‘석근’ 그대로에요. 얼마나 웃기신지. 분위기 메이커였어요. 지효 언니는 한 살 차이인데 인간적으로 반한 분이에요. 이 분들과 꼭 다른 장르로 다시 만나고 싶어요.”
 
이병헌 감독의 촬영 현장은 충무로 영화계에서도 유머스러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촬영 현장에서도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넘쳐났다고. 영화 촬영을 하면서도 다들 배꼽을 잡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란다. 또 한 번은 이엘이 몰카의 희생양이 돼 눈물을 터트려 다들 깜짝 놀라면서도 크게 웃었던 기억도 있다고.
 
“당구 치는 장면에선 스태프 중에 되게 잘 치신다는 분이 옆에 대기해서 제가 못하면 그 분이 공치는 장면만 대신 찍기로 했어요. 근데 너무 못치는 거에요. 하하하. 저 한 달 연습하고 촬영 했는데. 실제 영화에도 제가 친 걸로 다 썼다니까요. 하하하. 그리고 지효 언니가 식당에서 쌍코피를 터트렸는데. 얼마나 놀랐는지. 옆에 분장 하시는 분이 너무 웃으셔서 ‘웃지 마세요’라며 제가 정색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분을 놀리려 한 몰카였어요. 근데 제가 당했다니까요(웃음)”
 
이엘. 사진/NEW
 
영화 속에서 제니는 설정상 데이트 폭력의 피해자 정도로만 그려지는 모습이 잠시 등장한다. 이미 연애는 이엘과는 아주 먼 추억이자 기억일 뿐이다. 하지만 제니처럼 자신에게 자상한 봉수 같은 인물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사실상 ‘독신주의’라고 선언한 이엘이다. ‘비혼주의’는 아니지만 ‘독신주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의 ‘독신주의’를 깰 만한 남자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극중 봉수 같은 남자도 좋아요. 이제는 저도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외모는 크게 상관이 안되요. 글쎄요. 자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대신 ‘약강강약’(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스타일은 제가 제일 경멸하는 남자 유형이에요. 아주 예전에 잠시 깊어질 듯한 분 중에 그런 분도 있었고. 어우 싫어(웃음) 제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는 데. 동물에게 대하는 것과 식당이나 그런 곳에서 아이들에게 대하는 모습만 보면 그 남자가 어떤지는 대충 알겠더라구요. 자상한 남자. 하 어렵죠. 너무 간단한 조건인데. 하하하.”
 
섹시한 이미지가 강하고 스스로가 말한 도시적인 느낌 때문에 출연 필모그래피 대부분이 ‘센 캐릭터;에 집중돼 있다. 차기작에서도 그런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을 법하다. 그나마 ’바람 바람 바람‘ 속 제니도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가 기본 설정이고.
 
이엘. 사진/NEW
 
“예전에 한 방송에서 전기가 들어오는 거짓말 탐지기를 해봤어요. ‘나 스스로 섹시하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에 ‘예’했다가 전기 올랐다니까요. 하하하. 앞으로는 좀 자연스러운 역할? 편하고 길가다 뻔히 볼 수 있는 그런 여자? 언니? 누나 같은. 최근 본 영화 중에 ‘리틀 포레스트’를 너무 좋게 봤는데. 저도 그런 거 한 번 해보고 싶기도 해요. 뭐 기다리다 보면 오겠죠(웃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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