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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바람 바람 바람’…불륜? 일탈?
이병헌 감독 특유의 말맛 코미디 ‘여전’
입력 : 2018-03-26 오후 2:38:4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5년 말맛 코미디의 걸출함을 선보인 ‘스물’로 충무로에 데뷔한 시나리오 각색가 출신 이병헌 감독이 신작을 꺼내 들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바람 바람 바람’은 ‘바람둥이 전설’ 석근(이성민)의 바람 그리고 ‘쑥맥 한심남’ 봉수(신하균)의 바람. 여기에 의외의 인물인 또 한 사람의 바람이 더해진다. 제목처럼 세 번의 바람은 모든 캐릭터들의 관계 설정을 얽히고설키게 만든다. 전작의 말맛에 의외성이 돋보이는 상황까지 더해졌다. 이병헌 감독의 코미디는 이제 충무로에서 하나의 장르화가 이뤄졌다고 봐도 될 듯하다.
 
 
 
먼저 석근은 능청스럽고 천연덕스럽다. 불륜을 위한 바람인지 바람자체를 위한 일탈인지는 모른다. 그는 즐긴다. 표면적으론 아내 담덕(장영남)과의 사랑을 위한 자기 해소차원이다. 방식도 과감하고 대범하다. 매제 봉수가 쳐다보는 와중에도 천하태평스럽다. 자신의 차에 탄 여성과 뜨거운 키스를 하면서도 눈은 웃는다. ‘부러우면 너도 하던가’라고 눈이 봉수를 비웃었다.
 
반대로 봉수는 소심하고 한심하고 쑥맥이다. 사실 소심은 아니지만 한심스럽기는 하다. 쑥맥인 것은 확실하다. 요리학원 옆 짝꿍이 대놓고 유혹하자 기상천외한 반응으로 화답을 한다. 남성 관객이라면 ‘저게 남자야?’란 탄식이 터져 나올 대목이다. 이건 분명히 노린 장면이다. 감독의 의도라면 석근과 봉수의 비교 대상을 통해 바람과 불륜 그리고 일탈의 정의를 스스로 내리게끔 하려는 지점일 수 있다. 사실 누구라도 꿈을 꾼다. 한 번쯤은 옆길로 빠지고 싶은 마음 말이다. 딱 한 번쯤은 다른 여자 다른 남자에게 눈길을 돌리게 되는 ‘나도 어쩔 수 없는 상황’ 말이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 사진/NEW
 
 
 
따지고 보면 봉수가 그런 마음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처남 석근의 천연덕스러움이 부러웠는지는 모른다. 아내 미영(송지효)과의 동물적 섹스가 원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중식을 좋아하는 자신의 취향을 무시하고 어색한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는 아내의 취향이 문제였다면 충분히 할 말은 많다. 사실 이건 취향의 문제였다. 봉수는 미영과 잊고 지냈던 남자로서의 취향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미영이 원하던 2세 만들기의 작업(?)으로서의 관계가 아닌 남자로서의 성적 관계에 눈을 뜨게 된다. 결과적으로 봉수는 남편으로서 남자로서 그리고 생활의 활력을 얻게 된다. ‘불륜에 대한 기회비용의 법칙’을 운운하던 봉수의 한탄은 이제 쓸모 있는 충분히 써야 할 ‘한계효용의 법칙’으로서 ‘바람’을 정의한다. 봉수에게 ‘바람’은 숨겨야 하는 분명한 것이지만 끊어내기에는 사실 아까운 일탈이 됐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 사진/NEW
 
그런 두 사람 앞에, 아니 봉수 앞에 제니(이엘)가 나타난다. 지금 봉수는 제니와 아슬아슬한 일탈을 즐기고 있다. 일방통행적인 아내 미영과 달리 제니는 상호 보완적인 소통을 중시한다. 그런 그의 모습에 낙을 느끼고 가까워진다. 바람을 즐긴다. 하지만 선을 넘어 다가오는 제니의 모습에 봉수의 생활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일탈은 안정 속에서 즐기는 아슬아슬함이 쾌감의 본질이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라면 이건 바람이 아니다. 일탈도 아니다. 그저 불륜이 된다. 여기에 석근은 우여곡절 끝에 아내 담덕의 죽음과 함께 맞이하게 되는 바람의 두 얼굴을 목격하고 혼란을 겪는다. 내가 느끼고 즐기고 함께 했던 바람은 이게 아니다. 마주하고 있던 바람의 또 다른 얼굴에 석근은 분노한다. 하지만 알고 보니 석근도 봉수도 바람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진짜’가 무엇인지 보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끝이 난 뒤 남자 관객도 여자 관객도 어느 누구도 이 두 남자의 밉지 않은 일탈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게 된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 사진/NEW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하고 영화가 끝날 때 스크린에 펼쳐지는 두 사람의 롤러코스터 탑승 장면은 결과적으로 ‘바람’ 그리고 ‘일탈’ 때로는 ‘불륜’의 이면과 또 이면의 그 이면을 설명하는 명장면이다. 오르락내리락하는 롤러코스터의 속도감과 쾌감을 느끼지 못한 채 무표정한 두 남자의 모습은 ‘성적 불감증’이란 코드가 아닌 삶 속 쾌감의 불감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단순명료하게도 이미 ‘바람’이나 그 반대의 상황 모두가 보는 방법에 따라서 느끼는 차이에 따라선 다르지도 않고 틀리지도 않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란 이 명제는 ‘바람 바람 바람’이란 영화를 통해 웃픈 현실 속 삶의 모습을 명확하게 투영해 낸다.
 
그래서 ‘바람 바람 바람’은 성인들을 위한 동화이고, 그들만을 위한 19금 농담 백서이면서 부부관계의 교본으로 봐도 무방하다. ‘바람’이던 ‘일탈’이던 ‘불륜’이던 상대에 대한 배려가 먼저이고 우선이 되야 하지 않을까. 그 상대가 아내이던 남편이던 아니면 제 3자 누구이던 간에.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스틸. 사진/NEW
 
불륜 자체가 소재이고 그것을 활용한 코미디와 상황 설정이 영화적이다. 불륜 미화란 오명을 들이댄다면 ‘성인용’이란 타이틀 자체가 무색하고 민망해진다. 그저 이병헌 감독 특유의 대사 향연과 배우들의 능청스런 연기 여기에 상황 설정의 타이밍이 더해진 100분의 19금 동화책이다. 이 정도라면 이병헌표 말맛 코미디는 이번에도 합격점이다. 개봉은 다음 달 5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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