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글로벌 태양광 대잔치인 '2018 일본 태양광 전시회(PV EXPO)'를 바라보는 국내 업계의 심정은 복잡했다. 한화큐셀과 LS산전, 신성이엔지 등이 글로벌 경쟁에서 선전하고 있지만 외로운 싸움으로 비친다. 한화큐셀은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며 일본 태양광시장 점유율 2위(2016년 기준)에 올랐지만 정작 국내는 석탄·원자력 중심으로 에너지시장이 정착해 테스트베드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태양광시장을 육성하려는 정책적 지원도 일본과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태양광업계 최전선, 일본시장
올해 일본 PV엑스포에서는 국내에서 한화큐셀과 LS산전, 신성이엔지 등 14개 대·중소기업을 포함해 일본과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260여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처럼 뜨거운 열기는 급팽창하는 일본 태양광시장의 현실을 보여준다. 2016년 기준 일본 태양광 설비용량은 84.86기가와트(GW)로,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태양광 설비용량 3.3GW의 20배를 넘는다. 특히 최근 2~3년 사이 일본은 주택용 태양광시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인다. 이번 일본 PV엑스포는 일본시장 공략의 최전선과 같았다.
한화큐셀 재팬에서 PV시스템 사업부장을 맡은 히가시 요이치씨는 일본인으로서 보는 자국 태양광시장에 대해 "일본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주택용 태양광시장이 제품의 판매시스템을 포함해 잘 확립되어 있다"며 "주택용이 어느정도 보급됐기 때문에 자연스레 축전지와 자가발전 등 시스템시장도 만들어지면서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1970년대부터 신재생에너지 육성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일본시장이 글로벌 태양광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가장 큰 배경에 대해 정부의 오랜 시장 육성을 첫손에 꼽는다. 흔히 일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신재생에너지에 눈을 돌린 것으로 알지만, 사실은 40년 세월이 훌쩍 넘는다.
일본은 1970년대 중동전쟁과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수급을 통제할 수 있는 안정적 에너지원의 필요성 눈을 떴다. 이에 1974년 경제산업성(우리나라의 산업통상자원부 해당) 주도로 '선샤인 계획'을 발표하고 태양광과 지열, 수소에너지 등을 중점 기술과제로 정했다. 이어 1978년 '문라이트 계획', 2008년 'Cool Earth 에너지계획' 등을 내놓으며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에도 공을 들인다.
이후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태양전지와 모듈, 인버터 등을 중심으로 기술적 성과가 도출됐으며, 실제 기술적용을 위한 필드 테스트도 진행된다. 특히 일본은 1990년 이후 4번의 정권교체를 겪지만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의지는 변하지 않았다. 교세라와 샤프 등 현재 일본 태양광시장을 주름잡는 기업들도 1990년대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태양광시장은 수십년에 걸친 정부의 육성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며 "어느 날 갑자기 수요가 폭발하고 시장이 커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2012년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도입해 신재생에너지 수요를 확대시켰다. 이는 가정에서도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소규모·자가발전을 하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하면 친환경적이면서도 돈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켰다.
업계 "3020계획, 일단 반겨"…정책적 신뢰 중요
반면 국내는 2000년대 초까지도 석탄·원자력 중심이었다가 문재인정부 출범 후 '3020계획'을 내놓으며 이제야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눈을 돌렸다. 3020계획은 2017년 기준 전체 전력생산에서 7.0%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30년 2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5GW가 채 안 되는 태양광발전을 30GW대까지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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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는 이제라도 정부가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는 데 일단은 반색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도 '녹색성장' 등의 구호로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했지만 사실 전혀 도움이 안 됐다"며 "국내 업체가 정부의 지원으로 이만큼 성장한 게 아니라, 자력으로 어렵게 이만큼이나 성장하니까 이제야 정부도 눈길을 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업계는 일본처럼 정부의 정책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3020계획을 통해 한국형 FIT도 도입될 예정인데, 일단 소비자든 업계든 장기적 전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러나 정권이 바뀐다고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변하지 않아야 정책의 신뢰성을 믿고 국내 수요도 생겨나고 업계도 장기 투자를 계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