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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사라진 밤’, 원작을 넘어서는 반전·해석 '압권'
김희애의 존재감…몇 마디로 극 전체 톤 앤 매너 결정
입력 : 2018-03-02 오후 1:25: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김상경·김강우·김희애가 출연한 영화 ‘사라진 밤’은 원작이 있다. 2014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스페인 영화 ‘더 바디’다.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 혹은 원작을 관람한 관객 모두가 ‘사라진 밤’을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우선 바라보는 포인트가 조금 다르다. 원작은 ‘복수’란 코드에 초점이 맞춰 있다면, ‘사라진 밤’은 사라진 사체를 찾는 것이 주요 지점이다. 물론 원작이나 ‘사라진 밤’ 모두 상상치도 못한 ‘반전’이 존재한다.
 
 
 
‘사라진 밤’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단어는 ‘경제성’이다. 단 하루 밤 만에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간도 한정돼 있다.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이 국과수 사체보관실이다. 베테랑 형사 우중식(김상경)은 의심한다. 처음부터 사라진 사체(‘윤설희’ 김희애)의 남편 박진한(김강우)이 사건과 연계돼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중식은 허술해 보인다. 항상 술에 취한 모습이다. 주차를 하면서 쓰레기통 하나 피하지 못하고 자신의 차량에 흠집을 낸다. ‘바꾸면 된다’며 너스레다. 툭 불거진 배를 비비며 의문스런 웃음만 툭툭 던진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주시하고 바라본다.
 
그런 중식의 시선에 진한은 긴장한다. 아내의 사체를 절도한 범인이 자신이라고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진한이 범인일까. 모른다. 관객도, 중식도 그의 팀원들도 모른다. 카메라는 연극 무대 위 배우들의 움직임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시선을 유지한다. 카메라는 화면을 끊지 않고 각각의 인물 표정을 자연스런 ‘무빙’으로 연결하며 스크린에 투영한다. 순간순간의 표정 변화와 감정의 굴곡이 고스란히 담겨져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중식의 알 수 없는 표정, 진한의 긴장감 그리고 한 발짝 떨어져 모든 것을 바라보는 중식의 팀원들. 그리고 시시때때로 스크린에 등장하는 사라진 사체 ‘설희’. 관객들은 혼란과 함께 헷갈리기 시작한다. ‘정말 사체를 훔친 것인가’ ‘죽은 설희가 살아난 것인가’ ‘누군가 어떤 의도를 갖고 벌인 계획인가’ ‘저 안에 범인이 있을까’
 
영화 '사라진 밤' 스틸. 사진/싸이더스
 
일종의 ‘맥거핀’(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관객을 의문에 빠트리거나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사건·상황·인물·소품을 지칭)은 ‘사라진 밤’ 전체를 뒤덮고 있다. 혼란을 주고 암시를 하면서 시선을 분산시킨다. 중식은 의도와 목적 그리고 확신을 갖고 진한을 압박한다. 진한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어잡고 있던 아내 설희가 살아난 것이라고 확신한다. 물론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도 영화에서 설명된다. 진한의 제자이면서 내연 관계인 혜진(한지안)도 두렵다. 죽은 진한의 아내가 살아났을지 모를 일이다.
 
영화는 사실 한 쪽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몰아간다. 남편 진한은 아내 설희에겐 하나의 장식품이자 소유품이었다. 이것을 설명하고 주장하고 또 강요하는 복선과 플래시백은 영화 곳곳 적재적소에서 등장하고 퇴장한다. 관객들은 설득을 당한다. 이젠 명확해졌다. 범인은 진한이다. 그럼 의도가 궁금하다. 대체 왜 아내를 죽인 것인가.
 
영화 '사라진 밤' 스틸. 사진/싸이더스
 
어차피 정상적인 부부의 이미지는 아니다. 재벌인 여자 회장과 젊은 대학 남자 교수. 두 사람은 서로를 위해 그리고 목적을 위해 결혼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존재했는지는 모른다. 알 필요도 없다. 그저 쇼윈도 부부로서의 관계가 필요했다. 비정상이지만 정상의 허물을 쓴 장식용 이미지 말이다. 때문에 남편 진한은 환멸을 느꼈다. 제자인 혜진에게 빠져든 이유도 어쩌면 그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 받기 위한.
 
이제 관객은 ‘혹시’란 지점에서 ‘확신’으로 생각을 옮겨가게 된다. 그리고 영화 역시 그것을 확신시켜 줄 무언가를 꺼낸다. 그 순간 드러나는 트릭과 맥거핀의 실체 여기에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여진 거대한 그림의 실체는 관객의 예상과 추측을 한 순간에 무너트린다.
 
영화 '사라진 밤' 스틸. 사진/싸이더스
 
원작을 감상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사라진 밤’ 속 ‘반전’ 묘미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될 것이다. 겹겹이 쌓인 맥거핀은 하나의 완벽한 밀실 트릭을 만들어 내면서 영화 속 캐릭터와 관객 모두를 완벽하게 속인다. 물론 원작을 감상한 관객이라면 ‘반전’의 쾌감은 줄어든다. 하지만 사라진 사체의 행방을 쫒는 경찰 ‘중식’과 남편 ‘진한’의 감정 대립이 팽팽한 긴장감을 전달할 것이다. 스크린을 통해 전달되는 그것이 아닌 실체의 대립이 증명하는 연극 무대 위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 전달이 고스란히 다가오게 된다.
 
무엇보다 단 몇 장면 그리고 몇 마디 대사로 극 전체의 톤 앤 매너를 결정해 버린 김희애의 존재감이 압권이다.
 
영화 '사라진 밤' 스틸. 사진/싸이더스
 
‘사라진 밤’ 원작마저 무릎 꿇릴 ‘리메이크’다. 개봉은 오는 7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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