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김용덕(사법연수원 12기) 대법관이 6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29일 퇴임했다. 그는 이날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대법관들은 높고 끝이 날카로운 첨탑 위에 얹혀 있는 얇은 유리판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유리판은 사법에 대한 신뢰를 지탱하고 있기에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리판이 균형을 잃어 기울거나 양극단으로 치달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깨진다면 대법원은 설 자리를 잃게 되고 사법의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져 우리 사회에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법관은 치우침이 없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고르게 눈과 귀를 열어 두어 공정과 중립이 자연스레 몸에 배도록 균형 있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다수라는 이름 뒤에서 들리는 작은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배려해, 다양한 이해관계의 조화를 통한 최선의 결론을 찾아야 한다”고 후배 법관들에게 당부했다.
김 대법관은 이와 함께 “대법원은 매년 증가하는 사건으로 인한 부담 가중을 해결하기 위해 고법상고부, 상고법원 등의 제도개선을 추진했지만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면서 상고허가제를 개선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상고이유서를 상고장 제출 후 상당한 기간 내에 원심법원에 제출하도록 하고 위와 같은 본안 전의 심사 절차를 원심법원에서 처리하도록 한 후, 본안 심리에 적합한 상고사건만 기록을 대법원에 송부하도록 한다면, 본안 전의 심사 절차와 기간이 단축되고 또한 그 심사에 들던 대법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 당면한 문제점을 상당 정도 해결할 수 있다”며 “상고심 담당 법원을 구조적으로 개편하는 방안 못지않게, 선택과 집중에 의한 재판절차의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법관은 서울 출신으로 2011년 1월3일 취임했다. 아동학대범, 공소시효 정지규정은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시행 전의 아동학대 범죄까지 소급 적용될 수 있다는 첫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인터넷상 카페를 만들어 선거활동을 했더라도 선거법상 사조직 설립행위로 볼 수 없다는 첫 판결을 내렸을 당시 주심 대법관을 맡았던 이도 김 대법관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혼인관계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은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기존의 '유책주의' 입장을 재확인한 사건에서도 주심을 맡았다. 도이치은행이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만기일 직전 기초 자산을 대량 매도한 사건에서 도이치은행의 행위를 시세조종 행위로 규정하고 투자자들에게 상환금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건설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인·허가 청탁 대가로 억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징역 1년2월 확정했으며, 세무당국이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가 받은 정치자금에 증여세 13억원을 부과한 사건에서도 주심을 맡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015년8월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해 전원합의체가 징역 2년을 선고했을 때, 이인복·이상훈·박보영·김소영 대법관 등과 함께 반대 의견을 냈다. 2013년에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을 데리고 빨치산 추모전야제에 참가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교조 소속 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2년 12월에는 4대강 사업 위헌·위법심판을 위한 국민소송단이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상대로 낸 하천공사시행계획취소 등 청구소송에 대한 상고심 주심을 맡아 이명박 정부가 시행했던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적법하다는 취지로 판결한 원심을 유지했다.
김용덕 대법관이 29일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