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사법부 내부로부터 법관의 독립’이 개혁 과제의 하나로 논의되는 지금, 저는 효암 선생이 더욱 그립습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오전 대법원 2층 중앙홀에서 열린 효암 고 이일규 전 대법원장의 추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법원장은 우리나라 제10대 대법원장으로 역대 어느 대법원장보다 법관의 독립을 위해 힘 쓴 대법원장으로 기억되고 있다. 특히 ‘재판의 독립은 타인이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라 법관 자신이 정립해야 한다’는 말을 지론으로, 법관 스스로의 자주적인 독립을 강조했다.
자신 역시 유신시절인 1973년 지금의 대법관인 대법원 판사로 재직하면서 당시 공안사건에 대한 중형 선고에 10여 차례나 소수의견을 내는 등 외부의 압박을 두려워하지 않고 소신 있는 판결을 내린 법관으로 유명하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진 추념사에서 이 전 대법원장의 일화를 들며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29년 선생께서 대법원장에 취임하던 때와 많은 차이가 있지만 오늘날 여전히 ‘재판의 독립’ 내지 ‘법관의 독립’이라는 화두를 마주하고 있는 것은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또는 마치 그러한 영향력이 있는 듯이 가장하려는 시도들은 아직도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시도는)여론이나 SNS를 가장해, 때로는 이른바 전관예우 논란을 이용해, 때로는 사법부 주요 정책 추진과도 연계해 재판의 독립을 흔들려는 시도들이고, 요즈음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재판결과를 과도하게 비난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고 “이는 헌법 정신과 법치주의의 이념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매우 걱정이 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어지러운 상황에서 재판의 독립을 지켜내는 것이 대법원장의 첫째가는 임무임을 오늘 효암 선생님의 생애 앞에서 새삼 명료하게 깨닫는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위축됨 없이, 법관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재판하도록 사법부 독립을 수호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숭고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현재의 사법부 상황을 가리켜 “저와 같이 나이든 법관들과, 젊은 단독, 배석 판사님들 사이에는 몇십 년의 시간적 간극이 있고, 한 법원에 근무하는 법관의 숫자도 많아졌다”며 “제도적인 방안도 모색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 동료 법관으로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법관 독립을 위한 법관들의 마음가짐을 주문했다.
그는 “어떤 부당한 압력도 선배들이 든든히 막아주리라 후배들이 그렇게 믿을 수 있고, 무엇보다 일선 재판장이 좋은 재판을 위해 고민할 때 소속 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발 벗고 도와주리라 신뢰한다면, 어떠한 불신과 의혹도 더는 자리 잡기 어렵고, 효암 선생께서 계시던 때처럼 서로가 서로를 자랑스러워하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김 대법원장을 비롯해 양승태·이용훈 전 대법원장, 윤영철 전 헌법재판소장, 이 전 대법원장의 차남인 이창구 전 대구고법원장 등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중앙홀에서 열린 효암 이일규 제10대 대법원장 서세 10주기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