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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정권 '구로농지 강탈사건' 피해자들 승소 확정
대법 "국가는 고 이용복씨 유족에게 32억 배상하라"
입력 : 2017-11-29 오후 1:46:0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1960년대 박정희 정권이 공단 조성이라는 미명아래 농지를 강탈한 '구로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재심을 내 최종 승소판결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29일 고 이영복씨의 장남 등 유족 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심사유를 인정해 “국가는 유족에게 32억35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재심 원심을 확정했다. 다만 유족들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는 등기부취득시효완성 등을 이유로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날 구로동 농지분배 관련 다른 유사 사건들에서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재심대상판결에서 사망한 이씨의 청구를 배척하는 것에 사용된 증거들은 모두 재심무죄판결의 확정으로 그 근거를 상실했기 때문에 민사소송법 451조 1항 8호의 '판결의 기초가 된 형사판결이 다른 재판에 따라 바뀐 때'의 재심사유가 인정된다“고 원심과 같이 판결했다.
 
또 “구 농지법 부칙 제3조가 정한 3년의 기간 내에 농지대가의 상환을 완료하지 못했기 때문에 1998년 12월31일이 지남으로써 소유권 취득이 불가능하게 돼 상환완료를 원인으로 한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 청구는 이유 없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들로서는 농지대가 상환을 완료하지 못해 수분배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됐고 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도 소멸시효기간이 완성됐지만 사망한 이씨에 대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2011년 12월7일까지는 손해배상청구 등 이 사건 분배농지에 관한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며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원고들의 손해액은 1998년 12월31일 시점에 분배 당시의 현황인 '전(田)'을 기준으로 산정한 시가 상당액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국가는 당시 평당 약 400만원 시가를 기준으로 해 총 32억 3500여만원을 원고들에게 배상해야 하며, 이 같이 판단한 원심의 배상액 산정 또한 옳다”고 판시했다.
 
'구로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의혹사건'은 1967년 구로동 농지의 수분배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에서 국가가 공권력을 남용해 불법적인 방법으로 승소한 사건이다.
 
이씨 등 구로동 주민들은 1950년 농지개혁법에 따라 구로동에 농지를 분배받았는데 박정희 정권은 1961년 9월 ‘산업진흥 및 난민정착 구제사업’ 추진을 이유로 구로동 일대 토지를 강제수용하면서 서울시를 통해 공단을 조성하게 했다. 이 공단이 지금의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구로공단)이다.
 
구로동에서 쫓겨난 이씨 등 구로동 주민 46명은 1967년 정부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 9건을 제기해 대부분 승소했다. 이씨도 2심에서 패소판결을 받았다가 1970년 대법원으로부터 승소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검찰이 이씨 등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낸 주민들과 법정에서 이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증인들에게 농지분배 서류를 조작했다고 누명을 씌웠다. 서울지검은 주민 등을 영장 없이 구속하거나 불법 구금하고 고문하면서 소송의 취하와 권리포기를 강요했다.
 
이씨도 이 때 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돼 1979년 대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승소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심도 검찰이 고문을 통해 주민 등으로부터 받아낸 ‘농지분배 서류 조작’ 진술을 근거로 파기환송심에서 패소판결로 뒤집혔다.
 
20여년 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8년 7월 이 사건을 '구로 분배농지 소송사기 조작 의혹 사건'으로 명명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당시 과거사 정리위는 이 사건에 대해 "국가가 행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해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이라며 "당시 구로동 일대 토지 관련 민사소송을 제기한 농민들에 대해 소송사기의 책임을 묻기 어렵고 농민들을 집단적으로 불법 연행해 가혹행위를 가하고 위법하게 권리포기와 위증을 강요한 것은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씨 유족들은 형사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해 2011년 12월7일 이씨에 대한 무죄확정판결을 받고, 이듬해 민사사건에서도 재심을 청구했다.
  
과거 구로공단 전경.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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