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지급받은 유족구조금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경찰관이 살인사건 신고를 받고 뒤늦게 현장에 출동해 피해자가 신고 범죄로 사망한 사건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피해자 A씨는 B씨와 교제 중이었고, B씨의 어머니는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2015년 9월쯤 B씨의 어머니는 A씨와 통화하다가 심한 욕설을 했고, 격분한 A씨가 당장 집으로 오겠다고 하자 B씨의 어머니는 부엌에 있던 과도를 미리 준비하고 A씨가 오기를 기다렸다.
B씨는 이 상황을 보고 30분뒤 쯤 휴대전화로 112 신고를 해 경찰관 출동을 요청했고, 신고 후 한참이 지나도 경찰관이 오지 않자 15분 뒤에 다시 112에 전화를 걸어 경찰관의 출동을 독촉했다. B씨의 어머니는 10여 분 뒤 B씨와 함께 있는 A씨를 발견하고 달려들어 과도로 명치 부분을 찔러 흉부에 찔린 상처로 사망하게 했다.
당시 근무 중인 경찰관들은 이 신고를 기존 신고 건과 같은 것으로 보고 신고가 이뤄진 때로부터 24분이 지나도록 살인사건에 대한 아무런 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경찰공무원들이 과실로 인해 현저하게 불합리하게 공무를 처리함으로써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씨가 나이 많은 여성이어서 경찰관이 살인사건 발생 전에만 현장에 도착했다면 사건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상의 의무위반과 살인사건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경찰공무원들이 범행 가능성을 미리 신고받고도 착오로 아무런 대처를 하지 못해 범행을 막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며 "B씨가 A씨를 미리 말렸음에도 B씨의 어머니와 싸우다 칼에 찔린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해 책임 비율을 2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씨의 자녀 각자에게 3500여만원, A씨의 부모에게는 각 59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도 "A씨의 자녀가 사망 후 범죄피해자보호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유족구조금 520여만원을 수령해 손해배상채권액에서 이 금액을 공제해야 한다"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 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망한 구조피해자의 유족들이 국가배상법에 의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소극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받았다면 지구심의회는 유족구조금에서 상당액을 공제한 잔액만을 지급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와 달리 원고들이 받은 유족구조금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의 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A씨 자녀들의 재산상 손해에 관한 부분을 다시 심리하도록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