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의중 기자] 1년 동안 한 번도 품질검사를 받지 않은 주유소가 996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주체인 한국석유관리원은 품질 우수 업소에 한해 미실시하는 곳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가짜휘발유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에 석유품질관리지원 사업으로 122억1100만원을 편성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의 공정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감시·점검·지도와 홍보를 위한 비용이다.
석유원이 수행하는 이 사업은 정량 미달, 불법시설물 사용, 영업방법 위반 등 석유 시장 유통질서 저해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마련했다. 부탄과 프로판의 세액차이(약 350원/kg)에 따른 세수 탈루 방지와 품질 확보를 위한 LPG 품질검사도 실시한다.
그러나 석유원이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최근 1년간 한 차례도 검사를 하지 않은 주유소가 무려 996곳, LPG 충전소가 100곳에 달했다. 2년간 한 번도 검사하지 않은 곳은 주유소 98곳, 충전소 64곳이며, 3년 동안 검사를 실시하지 않은 주유소와 충전소도 각각 35곳, 38곳이나 됐다.
이는 석유원이 연간 검사계획 물량을 수립해 자의적으로 검사를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석유원은 “상대적으로 품질관리 등이 우수한 일부 업소에 한해 검사를 미실시하고 있다”고 했으나 그렇게 넘기기엔 미검사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다.
예정처는 “1년간 품질관리 단속을 한 번도 받지 않는 주유소·충전소의 경우 상대적으로 경각심이 약해질 수 있다”면서 “일정한 주기 내에는 모든 업소에 대해 최소 1회의 검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석유원이 알뜰주유소 등 혼합판매가 허용되는 주유소의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시행한 ‘품질인증프로그램’도 유명무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원은 품질인증프로그램에 가입한 주유소에 대해 품질검사 횟수를 월 1회에서 2회로 강화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석유 품질협약업소 마크를 부여하고 있다. 내년에도 관련 예산 20억7300만원이 잡혀있다.
하지만 전국 가입업체가 397곳에 불과한데다 대부분은 한국도로공사, 한국석유공사, 농협 주유소 뿐이었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SK에너지는 5곳, 현대오일뱅크는 3곳이 가입하는 데 그쳤다.
예정처는 “도로공사 알뜰주유소 등은 이미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높고 관리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며 “석유품질인증프로그램 가입 주유소를 확대해 알뜰주유소 전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입기간 등을 고려, 품질인증 검사 횟수나 예산 지원비율을 차등화 하는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5년 9월 3일 충북의 한 주유소에서 경찰 단속반이 주유기에서 정량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의중 기자 zer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