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부가 재판의 독립에 대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치권을 시작으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나 구속영장 발부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일각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양 대법원장은 13일 열린 ‘제3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행사 기념사에서 “근래에 상이한 가치관 사이의 이념적 마찰이나 이해관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법원이 행한 재판에 대해서도 건전한 비판의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비난이 빈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오직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재판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상으로서 재판 독립에 대해서도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오로지 국민이 부여한 재판 독립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이와 같은 부당한 시도나 위협에 대하여는 의연히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또 “사법권 독립의 최우선적 가치는 정치권력이나 외부세력 소송당사자 등으로부터 어떠한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력도 배제한 중립적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내실 있게 보장하는 데 있다”면서 “사법의 독립은 제도의 정비나 체제의 확립만으로 곧바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결연한 의지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계속적으로 지켜내어야 하는 현재진행형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최근 사법부 내 내홍과 관련해 “개개의 법관들이 스스로의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오로지 재판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바람직한 사법행정의 모습을 구현하는 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에 관한 최근 법원 내부에서의 논의 역시 성숙한 형태로 진행되어 사법의 독립을 굳건히 확립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두텁게 보장하는 계기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5년부터 9월13일에 ‘법원의 날’ 행사를 열어 오고 있다. 이 날은 1948년 9월13일 우리나라가 일제에 사법주권을 빼앗겼다가 미군정으로부터 사법권을 이양 받아 사법주권을 회복한 날이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법원 사이버학교를 여는데 크게 기여한 의정부지법 신동주 판사와 김영각 청주지법 법원주사보, 박중근 울산지법 조정위원, 이미래 창원지법 시민사법위원 등이 대법원장 표창을 받았다. 기념식은 예년과 달리 내부 행사로 간소하게 진행됐다.
양승태 대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열린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