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군 검찰이 9일 ‘공관병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하면서 박 전 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주목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장성 등 군 고위 간부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번질 조짐도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이른바 ‘갑질’ 사실만 보면, 영장 청구까지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그러나 군 검찰이 박 전 사령관의 자택과 근무지를 동시 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한 배경에 주목하면 박 전 사령관에 대한 재소환 조사에 이은 영장 청구 가능성도 엿보인다는 전망도 있다. 횡령과 절도 의혹 때문이다.
군단 법무참모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군 장성과 부인의 '갑질'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군 검찰이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갑질' 의혹이나 밝히자고 강제수사를 시작했겠느냐"고 말했다. 국방부 검찰단 검찰과장 출신의 다른 법조인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정신적 가혹행위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피해 병사 중 한명이 자살을 시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군 검찰이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그보다 더 중하고 명확한 또 다른 범죄 단서를 잡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군 검찰이 이날 압수수색한 곳은 박 전 사령관의 거주지인 계룡대 인근 자택과 2작전사령부 공관, 집무실, 비서실 등 최근 거주 또는 근무지와 함께 이전 거주지인 2작전사령관 공관, 7군단 사령부 등이 포함됐다.
앞서 군 인권센터는 지난 7일 박 전 사령관이 7군단장으로 근무할 당시 함께 근무했던 간부들의 증언을 토대로, 박 전 사령관이 2014년 10월 육군참모차장으로 전출되면서 공관에 있던 냉장고와 TV등 비품 일체를 모두 가지고 이사했다고 주장했다.
군 인권센터는 또 박 전 사령관이 관사 비품을 구매하기 위해 마련된 자산취득비 등을 모두 사용했기 때문에 후임 군단장인 장재훈 중장(현 육군교육사령관)이 장병 복리 증진을 위해 마련된 부대복지기금을 전용해 관사 비품을 구매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군 인권센터의 주장대로라면 박 전 사령관은 절도와 횡령 혐의가, 장 중장 역시 공금 전용에 따른 횡령 등의 혐의가 문제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부대복지기금은 장병들의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공금으로, 지휘관 관사의 비품 마련을 위해 사용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군 형법 75조는 ‘군용물 등 범죄에 대한 형의 가중’을 규정하면서 ‘총포, 탄약, 폭발물, 차량, 장구, 기재, 식량, 피복’은 물론 ‘그 밖에 군용에 공하는 물건 또는 군의 재산상 이익에 관하여 형법 제2편 제38장부터 제41장까지의 죄를 범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다.
여기서의 형법 제2편 38장과 41장은 절도와 횡령을 포함한다. 군형법은 같은 범죄의 경우 형법에 정한 형과 비교해 무거운 형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다. 여기에 별도로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택적으로 같이 선고할 수 있다.
군 검찰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PC디스크와 회계장부, 박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등 증거자료를 정밀 분석한 뒤 박 전 사령관을 재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사령관은 지난 8일 피의자 신분으로 군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나 관련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앞서 참고인으로 나와 조사를 받은 박 전 사령관의 부인 역시 "공관병들을 아들처럼 대했을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 검찰의 이번 수사가 박 전 사령관 선에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전직 군 감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군이라는 신분적 특성을 잘못 이해하고 병사들을 사적으로 운용한다거나 군 공용품을 자기 재산처럼 생각하는 풍조가 군에서는 아직 있다”고 지적하면서 “강도 높은 군 개혁이라는 새정부의 기조가 뒷받침 되면서 이번 사건이 군 고급 간부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관병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박찬주 육군 제2작전사령관(대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