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은행 영업점(점포) 통폐합과 근무 시간 등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은행법을 손대겠다고 잇따라 나서는 가운데 은행 등 금융기관의 건전성 확보와 예금자 보호를 위해 마련된 은행법이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의 '금융권 엄포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이 이달부터 대규모 점포 통폐합에 착수한 가운데 집권 여당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입법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점포 신설 및 폐점에 대해 행정조치를 취할 권한이 없는 만큼 은행법 일부를 개정해 직접적인 조치를 하도록 법적 근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시중은행들의 자율적인 지점 통폐합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비대면 거래가 급증하면서 사실상 과거와 같은 창구영업이 필요 없어지고 있는데, 정치권이 민감 금융사의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서도 '주말 근무'를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법에 '은행의 휴일운영'에 관한 조항을 신설하고, '공휴일에 은행업무·부수업무·겸영업무의 전부를 운영하는 탄력적인 지점 또는 대리점을 둬야 한다'는 문구를 넣겠다는 것이다.
현재 일부 은행이 금융소비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영업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탄력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나 직원이 업는 무인 점포인 경우가 많고 점포 수가 적으니 아예 은행법에 탄력점포 운영의 근거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금융당국이나 금융권에서는 관련 내용의 은행법 개정이 추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 발의 과정에서 금융업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금융당국에서도 점포나 근무시간 운용 등은 경영상의 결정 또는 노사 합의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공약이 금융소비자 보호 등에 맞춰진 만큼 집권 여당 등의 입법 활동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자리 확대 부담에 하반기 공채 규모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치권 엄포에 비효율 점포의 통폐합도 추진하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개정이 불발되면서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질서를 무시한 무분별한 은행법 개정 움직임은 인터넷은행 특례법 발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