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새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 인하 조치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법정금리 인하가 오히려 영세업자 등 서민의 자금줄을 옥죌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민금융포럼은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제언: 일본의 경험으로 본 최고금리 인하의 득과 실'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서민금융연구포럼은 서민금융 관련 학계와 금융기관, 시민·사회단체 등 20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비영리단체다.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국 선임국장을 역임한 조성목 씨가 회장을 맡고 있다
조성목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일본의 경우 지난 2010년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고 가계부채총량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시장 규제를 실시했다"며 "그 결과 일본이 얻은 것 보다는 잃은 것이 훨씬 많다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경험한 나라들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책실패로 인한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며 "(법정최고이자율 인하가) 도입하기 쉬운 정책인 만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조발제로 나선 도우모토 히로시 도쿄정보대학 교수는 2010년 일본의 최고이자율 인하(29.2%→20%)와 대출총량규제(연 수입의 3분의 1)가 가져온 부정적 효과를 설명했다.
도우모토 교수는 먼저 "최고금리 인하의 부작용으로 계층 간의 신용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 차주와 대출받기 더 힘들어진 차주의 격차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무담보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을 비교한 결과 최고이자율 인하 이후 20~28% 구간의 대출잔액은 8조1000억엔 급감했으나, 16~18% 구간의 대출 잔액은 1조8000억엔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본 소비자금융 이용자에 대한 설문 결과, 영세사업자의 대출 잔액은 2007년 100만엔에서 2012년 50만엔으로 절반이나 감소한 가운데, 공무원의 대출잔액은 같은 기간 130만엔에서 100만엔으로 20% 가량 감소하는 데 그쳤다.
그는 대출총량규제에 따른 2금융권 풍선효과도 우려했다. 일본 통계에 따르면 2010년 이후 대출총량규제 시행 이후 저신용등급의 금융수요자는 신용카드대출로 옮겨갔다. 신용카드 대출 잔액이 4조엔에서 5조엔으로 급증했고, 대부업체의 연체율은 12%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20%가 넘는 고금리 대출 시장을 이용하는 저신용 생활자를 위해 최고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민환 인하대 교수는 "하루하루 생계가 급급한 이들을 대부업으로부터 고금리로 차입토록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고금리 대출이) 일시적인 자금곤란에 빠질 경우 이를 완화시켜주는 완충제로서의 역할을 해야지 저신용자의 생계형 대출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리 인하로 돈을 빌리지 못하게 되는 저신용생활자는 사회복지 등으로 정부가 해결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총량규제를 통해 저신용자가 과다한 차입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울러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국내 최고금리 수준 결정에 있어 근거가 미약하다며 남아공 사례를 고려해 학계, 실무자, 사용자 등으로 구성된 최고금리협의회를 통해 최고금리에 대한 논의 및 결정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현 시점에서 서민금융 측면에서 볼 때 대부업체 금리가 높다는 주장 이전에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업계가 대부업체 금리와 동일하게 받지 못하게 규제 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들이 3% 대출 이자율을 연체했다는 이유로 14% 정도의 높은 연체이율을 적용하는 불합리한 금리 적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민금융은 접근성과 금리가 문제라는 점에서 금융사들이 대출의 일정부분을 서민금융을 취급하게 하는 의무를 부과하면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으로 1금융권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제언'이란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조성목 서민금융연구포럼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종용 기자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