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들이 최근 발생한 법원행정처의 판사들 연구단체 활동 제한시도 등에 대해 전국법관대표회의 소집을 의결하는 등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은 관계자는 15일 “단독판사 회의를 거쳐 전국법관대표회의와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 양승태 대법원장의 책임에 대한 입장표명 등 요구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전국 최대 법원으로, 이번 회의는 단독판사 재직인원 총 91명 중 과반수인 53명이 출석했다.
단독판사들은 이날 의결에서 “우리는 진상조사결과 드러난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법관들의 자유로운 학술활동에 대한 침해가 헌법적 가치인 법관의 독립이라는 관점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서 결코 있어서는 안될 심각한 사태라고 본다”고 밝혔다.
또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에 비추어,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전국의 법관들 사이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해소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서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들로 구성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소집되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법원행정처는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소집을 위해 물적 지원을 하되, 그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단독판사들은 또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시행하지 못한 관련자들의 업무용 컴퓨터 등 물적 자료에 대한 조사를 포함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사되어야 한다”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관련자들의 업무용 컴퓨터 등 물적 자료에 대한 조사를 포함하여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의혹들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에 관한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법행정권 남용행위의 기획 및 의사결정에 관여한 책임자의 명확한 규명 및 책임추궁 방안과 향후 사법행정권의 남용을 제한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전국법관대표회의의 제도화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모든 쟁점이 자율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의결했다.
단독판사들은 특히 “우리는 사법행정권의 최종책임자인 대법원장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와 그에 대한 조치의 면에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해줄 것과, 이번 사태의 해결방안을 논의할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개최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는 공식적 약속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하게 제안했다.
단독판사들은 이날 “의결된 사항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여할 서울중앙지방법원 단독판사회의 대표로 판사 5명을 선출했다”며 “단독판사회의의 결의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체판사회의의 소집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법원행정처가 사문화된 판사들의 연구회 중복가입 금지 원칙을 근거로 연구회에 중복한 법관들의 탈퇴 등을 종용하고 진보성향의 국제인권법연구회가 계획한 학술회의를 축소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또 이 연구회 소속 판사가 법원행정처로 인사명령을 받았으나 돌연 취소되면서 인사전횡이라는 의혹도 함께 나왔다. 법원행정처가 진보적 성향의 판사들 명단을 따로 만든 이른바 '법관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지하고 있다는 제보도 나왔다.
이에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3월13일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로 있는 이 전 대법관을 진상조사위원장으로 임명한 뒤 진상조사에 대한 전권을 위임했으며, 이 전 대법관은 일선 법원에서 추천받은 판사들로 조사위를 꾸린 뒤 진상을 조사해왔다.
진상조사 결과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진보성향의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부당하게 견제하려 했다는 의혹이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그러나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 컴퓨터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법원행정처장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논란이 계속돼왔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