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청와대가 고강도 검찰개혁을 예고한 가운데 차기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관심이 역대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장관과 총장의 역할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새 청와대 구상에는 기존의 검찰출신 법조인 일변도의 틀을 벗어나 정치인 또는 학자 등도 언급되는 등 스펙트럼이 매우 넓어진 것이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재야 법조계와 법학자들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정부에서의 검찰개혁은 피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검찰 내 대표적인 진보 인사인 임은정(사법연수원 30기) 의정부지검 검사는 14일 자신의 SNS를 통해 “며칠 사이 검찰의 공기도 바뀌었다. 사방에서 조여 오는 압박에 살얼음판 걷듯 늘 조마조마하게 살았었는데, 갑자기 숨쉬기가 편해져서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내부게시판에 글을 써도 징계 회부하겠다는 협박을 더 이상 받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이 제 손과 발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버렸나 보다”라고 검찰 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어 “우리 검찰을 '대통령을 위한 검찰', '검찰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검찰'로 바로세울 의지와 선한 지혜를 가진 분이 오셨으면 좋겠다”며 새 장관과 총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방의 한 고위 검찰 간부도 “시대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검찰이 그동안 받아 온 오해도 외부로 적극 반영하고, 개혁의 필요성과 방향을 검찰에게 잘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현명한 인사가 임명되길 바랄 뿐”이라며 “검찰의 안정성을 위해서는 검찰 내부에서 승진자가 나오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외부 인사가 오더라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집필 서적, 새 정부의 성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봤을 때 법조계에서는 장관은 비검찰 출신의 법조인이, 총장은 검찰 출신 변호사나 학자가 임명될 것으로 보는 것이 중론이다. 또 현재의 인사 폭을 고려할 때 총장의 경우 사법연수원 17~18기 출신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명박, 박근혜 정부 검찰총장이 서울 출신인 김준규·채동욱 전 총장을 제외한 절반이 TK출신이었다는 점에서 볼 때 호남이나 그 외 지방출신에 더 무게를 둔다.
이런 기준에 부합되는 법무부장관 후보로는 이석태 (14기·전 세월호특조위원장) 변호사, 조용환(13기·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 등이 최근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인권과 사법개혁 측면에서 연구를 많이 해왔음은 물론, 업무능력이나 법조계에서의 신망이 두텁다는 것이 이유다. 새 정부 인사들과 교류가 많은 한 중견 변호사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출신이 아닌 사람, 인연이 없는 사람이면서도 검찰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이 적임”이라며 이 두 사람에게 후한 점수를 줬다. 참여정부 사법개혁추징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선수(17기, 전 민변 회장) 변호사도 물망에 올랐으나 최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가 대법관 후보로 추천하면서 일단 후보군에서는 제외되는 분위다.
박영선, 전해철,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경환 서울대 교수(전 국가인권회 위원장), 박영수 특별검사(10기) 등의 이름도 나오고 있지만 평이 엇갈린다. 박 의원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정무감각과 개혁 의지가 있지만 검찰개혁에 정치색을 입힐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독립된 의원으로 활동해 온 점에 비춰볼 때 개혁 방향과 실행을 두고 문 대통령과 갈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안 교수에 대해서도 능력과 의지에 대해서는 이론이 없지만, 비법조인으로 검찰의 특성에 대한 실무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반론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법치와 개혁, 정의에 관심이 있는 소신이 있는 사람이 더 적임자”라며 “검찰의 식민지였던 법무부의 탈 검찰화를 위해서는 비법조인 출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옆에서 지켜본 한 법조인은 전해철·박범계 의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두 분 모두 정무감각이 있고.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법조인이다. 다만 정당책임제 차원에서 민주당 의사를 듣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특검을 지지하는 견해도 많지만 특검으로서 국정농단 사건 공판을 지휘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은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법조계에서 최근 거론되고 있는 검찰총장 후보는 크게 검찰 내부 인사와 외부인사로 갈린다. 양쪽 모두 대체적으로는 검찰조직에 대한 경험이 있는 인사들이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내부 인사로는 김희관(17기·전북 익산) 법무연수원장, 문무일(18기·광주) 부산고검장, 김강욱(19기) 대전고검장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모두 정치색이 없는 강직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다. 검찰 내에서도 신망이 두터워 조직에 개혁을 접목시키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강욱 대전고검장은 19기로 기수가 다소 늦기는 하지만 올해 60세로 관록이 있다는 평가다. 검찰출신 변호사들은 유력 후보군인 만큼 물망에 오른 사람이 많다. 참여정부 사정비서관 출신인 신현수(16기·서울) 변호사, 정인창(18기·부산) 전 부산지검장, 강찬우(18기·경남 하동) 전 수원지검장 등이 최근 힘을 받고 있다. 특히 신 변호사는 청와대로 파견 갔다가 스스로 검찰로 되돌아 오지 않은 유일한 검사로, 지금까지도 검찰 내부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다. 다만, 청와대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로 옮겨 오랫동안 변호사 생활을 한 것이 약점으로 잡힌다.
정 전 지검장과 강 전 지검장도 여러 면에서 적임자라는 평가가 많지만 각각 '엘시티 비리사건'에 휘말린 허남식 전 부산시장과 '국정농단' 사범인 김종 전 차관을 변호한 이력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 외에 검찰총장 인선 때마다 매번 이름을 올리는 김경수(17기·경남 진주)전 대구고검장과 소병철(15기·전남 순천) 전 법무연수원장도 꾸준히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석대·조용환 변호사, 김희관 법무연수원장·문무일 부산고검장.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