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정유사와 급유선업계가 '운송료 인상'을 둘러싸고 해묵은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급유선업계에서는 '20년 숙제'로 부를 정도다. 운송료가 지난 20년간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양측은 이번 주부터 운송료 협상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꼬인 실타래를 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급유선은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로부터 유류를 출하 받아 해상에 정박한 선박에 연료를 공급(벙커링)하는 바지선을 일컫는다. 선박이 정유사에 급유를 주문하면, 급유선이 연료를 싣고 선박에 주유해주고 정유사로부터 운송료를 받는다. 급유선업계는 "선원 인건비와 보험료, 급유선 유류비 등 운송원가는 매년 오르는데 운송료는 제자리"라며 "밀린 급여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해 아예 생업을 포기하고 도망간 선주들도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들에 따르면, 150톤 규모의 급유선을 갖고 3~4명의 선원을 고용할 경우 연 2억원대의 고정비용이 나간다. 반면 운송료(부산→마산)는 리터당 4.0원으로, 100톤의 유류를 한 달에 15번 운송하면 연간 7200만원가량을 받는다. 연간 비용은 2억원대인데, 수입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항내 운송에 주력하는 영세업체의 경우 이보다 못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유사, 사상 최대 실적에도 "영업환경 어렵다"
반면 정유사들은 "급유선업계에서 입버릇처럼 '20년간 운송료가 안 올랐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최근 2~3년 사이에도 운송료를 40% 올렸다"며 "우리도 내수 영업환경이 과거보다 어렵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급유선업계는 "최근 운송료를 40% 올린 것만 강조하고 그간 오르지 않았던 것은 감추고 있다"고 반박했다. 경영이 어렵다는 정유사들의 말도 변명에 가깝다. 2016년 정유 4사는 7조951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정유사들은 13일 S-Oil을 시작으로 급유선선주협회와 운송료 협상을 시작하지만 큰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우리 쪽에서는 급유선 운송료가 크게 민감한 이슈는 아니다"며 "급유선은 선박에 기름을 가져다주는 역할이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도 크기 않기 때문에 협회도 비중 있는 채널은 아니다"고 말했다. 급유선업계가 주장하는 최대 452%의 운송료 인상 또한 현실성이 없다고 치부한다.
출혈경쟁 급유선업계, 개입 주저하는 정부
정유사들의 배짱에도 그간 출혈경쟁만 해온 급유선업계는 속이 탄다. 급유선선주협회에 따르면 부산과 인천, 울산, 여수 등에 500여개의 급유선 업체가 있다. 이들은 자영업자 신분으로, 정유사 해상대리점과 개별적으로 계약해 물량을 받는다. 영업이 치열해지자 거래선을 유지하려고 비용지출을 한참 밑도는 운송료를 받더라도 눈을 감았다.
정부 책임론도 제기된다. 애초 해수부는 지난해 10월 급유선업계가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자 양측 간 중재에 나섬과 동시에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공정거래 측면에 맞지 않기 때문에 자리만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뒤로 빠졌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