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 A은행 인사부 감찰 담당 팀장은 최근 '내부기강 해이' 관련 제보가 잇따르면서 지방 출장길에 오르느라 정신이 없다.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이 영업 현장에 복귀한 뒤 '후배' 격인 지점장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B팀장은 "수십년간 은행에서 근무한 분들이다 보니 옛 후배가 지점장으로 있는 영업점으로 발령이 나기도 한다"며 "의견이 서로 맞지 않다가 저녁 술자리에서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하극상 명목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부 임금피크제 직원들은 '나는 월급을 반밖에 받지 않으니 일선 창구에서 똑같이 일을 할 수 없다'는 요구를 하고 있고, 지점장은 임금피크제 제도가 원래 그런 것이니 받아야들여야 한다며 맞서는 게 대표적이다.
국민은행, 우리은행과 같이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잔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사에서도 임금피크제를 적용 받는 '선배' 직원들과 기존의 '후배' 직원들의 갈등으로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은행은 지난 2005년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임금피크제를 도입, 제도 안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최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시가와 맞물려 임금피크제 적용자들이 큰폭 증가했다. 그러다보니 임금피크제 직원의 재교육과 현장 배치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국민은행의 경우 2015년부터 희망퇴직 정례화와 함께 새로 개선한 임금피크제 제도를 도입했다. 이후 매년 두 차례 이상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임금피크제로 정년까지'식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 은행 관계자는 "연공서열이 심한 한국 금융권의 문화에서 임금피크제 전면적인 도입은 진통이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직원 간 갈등은 임금피크제 직원들도 '실적이 좋으면 본점 발령이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서는 임금피크제 대상자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실험을 하는 곳이 늘고 있다. 근무성적 뛰어나면 임금을 깎지 않고 본점 희망부서로 발령을 내거나 퇴직 후에도 지점장으로 재발탁하는 경우도 있다.
201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고성과자는 연봉을 깎지 않는 것을 실험하고 있다. 올해 만 55세가 돼 임금피크제 대상이 된 직원 중 40%를 고성과자로 분류했다. 작년 고성과자로 선발된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중 25%는 올해 고성과자에서 탈락했다.
국민은행은 올해부터 임금피크제 적용자를 대상으로 성과가 우수한 직원만 다시 본점으로 불러들였다. 국민은행이 임금피크제 적용자를 모두 지점으로 내보내 창구 업무 등 현장 근무를 하도록 한 지 약 2년 만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성과가 우수한 임금피크제 직원들은 지난달 본점 부서에 배치가 완료됐다"며 "기업여신심사나 소비자보호, 대출실행센터의 후선업무에서 선배 직원들의 노하우가 발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이미 회사를 떠난 직원 중에 근무 당시 실적과 평가가 좋았던 직원을 추려 지점장으로 다시 채용하는 등 성과에 따라 재채용 기회를 주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 한 은행의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