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은 "정치의 역할은 강한 사람을 억누르고 약자를 돕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이라며 "경제는 나쁜 기업을 혼내고 중소기업을 육성해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1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판교 코트야드메리어트 호텔에서 성남창조경영 CEO포럼 운영위원회가 주최한 '2016 제3차 선도기업 네트워크'에 참석, 정치와 경제에 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면서 "우리나라는 정치권력과 재벌기업이 유착해 나라 전체가 재벌의 놀이터가 됐다"며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불러서 대놓고 돈을 달라고 대놓고 하겠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재벌은 필요하면 정치권에 줄 대서 '땅 짚고 헤엄치기' 경쟁을 하며 지금은 권력을 가진 쪽은 부패한 경제권력과 결탁했다"며 "이런 게 서구 선진국에 가면 징계 대상이지만 우리는 남의 노력과 성과를 훔치는 게 당연시됐고 중소기업에서 열심히 만들어 놓으면 베끼고 빼앗는 게 일상"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정치권력과 재벌이 결탁한 사례로 최순실 게이트를 꼽았다. 그는 "재벌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몸통이며, 그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돈을 뜯긴 게 아니라 주범 그 자체"라며 "이번 광화문 집회에서 국민들이 외친 구호, '박근혜 탄핵-박근혜 퇴진-재벌 해체-이재용 구속'만 봐도 정치권력과 재벌에 대한 국민 정서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오전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도 성남시 코트야드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CEO 강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 시장은 최순실 게이트의 주범으로 지목된 재벌, 특히 삼성그룹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들은 회사가 잘 되게 하는 것보다 내부거래로 이익 챙기고 가족에게 회사 물려주는 데만 골몰한다"며 "이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보듯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이 없고 제일모직 지분만 있으면서도 합병비율 등을 조정,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고 그룹 전체를 지배했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은 이처럼 불공정한 경쟁과 법을 지키지 않는 대기업 탓에 경제 자체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졌다는 분석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기술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생산성 향상도 없다"며 "대기업이 정치에 로비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니 중소기업도 대기업 로비 힘을 쏟고, 이러니 국제적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안 오려고 하는 것은 월급도 적고 미래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근본적으로는 부당한 경쟁구조 때문에 중소기업이 오래 버티지 못해서다"라며 "비정상적인 경쟁구조와 부당하게 강자들이 마구 착취하는 제도는 국제기준에도 맞지 않고 장기적으로 생존하기도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은 "지금은 정부가 합리적 경쟁을 가능하게 하는 게 아니라 부당한 착취를 가능하게 하고 정부도 이익을 본다"며 "역사적으로 공정한 경쟁이 안 되는 나라가 흥한 사례는 없다. 경제는 공정한 경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시장은 박근혜정부의 게임업 규제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성남시는 판교를 중심으로 네오위즈와 NC소프트 등 국내 대다수 게임업체가 밀집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해 국내 게임업계 수출액 가운데 4분의3을 성남시 소재 업체들이 벌어들이고 있다.
이 시장은 "정책 결정권자의 마인드가 산업구조 전체를 흔든다"고 전제한 뒤 "박 대통령이 여러 가지 무식한 일 했지만 그중에 가장 무식한 게 게임에 대한 규제"라며 "창조경제 노래를 불렀지만 창조경제에 가장 적합한 게임산업은 규제하면서 오히려 중독의 부작용이 더 큰 도박산업은 카지노 산업을 육성한다는 명분으로 못 해서 안달"이라고 비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