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이른바 ‘박근혜·최순실 특검법’ 때문에 인력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변호사들이 '생업 타격'을 이유로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법상 정해진 40명을 채울 것인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박영수 특별검사는 전날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와 대한법무사협회(협회장 노용성)에 공문을 보내 오는 9일까지 특별수사관 요원을 추천해줄 것을 요청했다. 변호사 30명, 법무사 10명이다. 변협과 법무사협회는 지원자를 찾는 동시에 적임자를 섭외해 인원을 맞춘 뒤 명단을 특검팀으로 넘길 예정이다. 지원자가 요청인원을 넘을 경우에는 각 협회 집행부가 선발해 추천하게 된다.
특검법 7조 3항과 사항에 따른 조치로, 특검은 40명 이내로 특별수사관을 둘 수 있으며, 특별수사관은 이번 사건 범위 내에서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 특검이나 특검보 같은 경력 제한은 없다.
지원율 미미…검사 파견 때와 달라
그러나 대한변협과 법무사협회가 특별수사관 후보자를 적극 찾아 나섰지만 지원율은 미미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앞서 20명을 차출한 파견검사 지원율이 상당했던 것과 비교된다. 대한변협은 공문 접수 직후 집행부에서 적임자들을 추려 접촉했으나 대부분 고사했다. 법무사협회도 상황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변협 관계자는 “특별수사관의 임무가 엄중한 만큼 경험이 충분하고 실력있는 변호사들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집행부가 접촉한 분들은 대부분 고사해 7일 변협 회원으로 등록된 변호사들 전체에게 지원접수 이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변호사나 법무사들이 특별수사관으로 선뜻 나서지 않는 것은 바로 생업 문제 때문이다. 특검법 8조 4항은 ‘특별검사 등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특별수사관을 맡아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에는 변호사나 법무사로서 업무를 할 수 없다.
특검법으로 정해진 특별수사관의 활동 기간은 임명 때부터 1회 연장기간까지 합해 최대한 100일 이상이다. 그러나 특검법 7조 6항은 ‘특별검사는 수사완료 후 공소유지를 위한 경우에는 특별검사보, 특별수사관 등 특별검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인원을 최소한의 범위로 유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특별수사관 월급 본봉 300만원 채 안돼
물론, 이 조항은 ‘특검을 보조하는 인원을 최소한의 범위로 유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를 반대 해석하면 공소유지에 최소한의 특검보와 특별수사관은 계속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한편, 특검법은 ‘특별검사가 공소 제기한 사건의 재판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한다’면서 1심 판결 선고는 공소제기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2심과 3심은 전심 판결 선고일로부터 각각 2개월 이내에 내리도록 정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특검보와 특별수사관은 최소 10개월 이상은 특검팀으로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즉 그만큼 생업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서울 서초동의 단독개업변호사를 기준으로 변호사가 한 달 벌어들여야 하는 수입은 최소한 2000만원이다. 임대료와 직원 월급, 본인의 생활비 등 기본적인 지출만을 종합한 것이다. 그러나 특별수사관 임금은 턱없이 적다. 특검법 13조는 특별수사관 보수와 대우를 별정직 국가공무원 3~5급에 준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1호봉을 본봉 기준으로 할 때 3급 월급은 295만200원, 4급은 252만8500원, 5급은 225만9700원이다. 기타 상여금이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운영 중인 변호사 사무실을 유지하기에는 절반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공소유지까지 참여하게 되면 최소 10개월 이상을 이 월급을 받고 일해야 한다. 특별수사관으로 임명되면서 변호사와 법무사 모두 그동안 자신이 맡고 있던 사건을 다른 법률사무실로 넘겨야 하는 문제도 있다.
서초동에서 형사사건을 많이 맡아 진행하고 있는 사법연수원 36기인 한 변호사는 "법률가라면 누구든지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싶은 욕심이 있겠지만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이상적인 임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단독 변호사로 개업해 자리를 잡은 또 다른 변호사(32기)는 "지금 맡고 있는 사건이 꽤 있다. 가까스로 확보한 의뢰인들의 사건을 다른 변호사에게 넘기는 것은 의뢰인에게 실례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순수한 사명감·희생 각오 없으면 힘들어
지금은 임명돼 활동 중이지만 특검보 8명을 추천할 때도 같은 이유 때문에 박 특검이 추천에 곤혹을 치렀다. 특검보는 특검법상 검사장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다. 검사 보수규정상 검사장급(16호봉 기준) 월급은 747만8600원이다. 실력과 경험은 물론이고, 웬만한 사명감이나 희생에 대한 각오만으로는 엄두가 안 나는 임무가 이번 특검팀 수사다. 일각에서는 박 특검의 걸음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남아 있는 시간이 별로 없다.
또 다른 대한변협 관계자는 “특별수사관 추천에 고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아주 경험이 없거나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후보자를 마구잡이로 추천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정은 특검팀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논의 중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수사완료 후 공소유지를 위해서는 특별검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인원을 최소한의 범위로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여러 범위로 해석될 수 있다. 이후에라도 실력 있는 분들이 생업 때문에 특검팀 차출을 피하거나 사직하는 일이 없도록 제도적 정비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할 박영수 특별검사가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법무법인 강남에서 만난 취재진의 질문에 곤혹스러운 듯 답변을 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