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엄한 시민혁명이다. 촛불을 든 수백만의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평화집회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장엄하다. 세계 역사상 비슷한 사례도 없다. 수백만 시민들이 한 목소리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고 있다. 정치권 전체에 대하여 책임을 묻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근본적인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개혁, 경제개혁, 재벌개혁, 사회개혁, 검찰개혁, 관료개혁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의 힘이 불가능해 보였던 대통령 탄핵까지 밀어붙이고 있다. 참으로 위대하고 장엄하다. 30년만의 일이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30년 동안 축적된 민주주의의 힘이 드디어 거리에서 폭발했다. 1960년 4월 혁명 이후로 치면 56년만의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힘은 약 30년을 주기로 폭발한다. 국민의 힘이 최초로 폭발한 때는 1960년 4월 혁명이다. 결과는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였고 민주주의 도래였다. 그 다음은 1987년 6월 항쟁이다. 4월 혁명 이후 축적된 힘은 27년 만에 터져나왔다. 그 동안 1961년 5.16쿠데타를 극복하기 위한 1969년 삼선개헌반대투쟁, 1972년 유신을 무너뜨린 1979년 부마항쟁 등이 있었다. 중간의 폭발은 7,8년을 단위로 터져나왔다. 1980년 전두환 쿠데타를 무너뜨린 1987년 6월 항쟁도 7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7년은 대통령 임기가 4년이었기 때문이다. 7년은 대통령 두 번째 임기 마지막 해다.
6월 항쟁 이후 민주주의가 형식적으로 정착되면서 거리의 투쟁은 선거로 바뀌었다. 임기도 5년으로 바뀌면서 주기는 10년으로 변한다. 노태우 이후 10년 만에 선거로 민주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서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했다. 만약 박근혜 정부가 정상적이었다면 10년 만에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화 요구가 폭발했을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이런 과정에서 터졌다. 10년 주기 민주투쟁과 30년 주기 시민혁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터진 것이다. 이번 촛불집회가 이렇게까지 거대하고 장엄한 것은 작게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민주주의가 손상당한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이다. 크게는 1987년 이후 민주주의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대한민국이 제대로 개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분노와 열망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동안 쌓인 것이다.
거대하고 장엄한 시민혁명에 방해물은 없다. 시민혁명은 반대하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쓰러뜨리면서 진행할 것이다. 당면 목표인 대통령 탄핵과 민주정부 구성을 넘어서서 정치개혁, 경제개혁, 재벌개혁, 사회개혁, 검찰개혁, 관료개혁 등 민주화의 틀을 만들 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이 거대한 힘 앞에는 탄핵소추와 탄핵결정은 당연한 절차의 일부일 뿐이다.
탄핵에 대한 우려가 있다. 탄핵을 하려면 먼저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해야 한다. 그 다음 헌법재판소가 탄핵결정을 해야 한다. 이처럼 탄핵을 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두 개다. 새누리당이 버티고 있는 국회와 보수적인 재판관들이 포진한 헌법재판소가 그것이다.
작게 보면 불안한 구조다. 새누리당의 일부가 박근혜를 버리고 탄핵에 동참할 것인가? 이들은 모두 박근혜 덕을 보고 박근혜와 운명을 같이 해 왔다. 탄핵의 진실성은 없고 정치적 계산만 하고 있다. 비주류, 비박계 의원들의 탄핵참가를 욕할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결정을 마냥 좋은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헌법재판소는 더욱 심하다. 보수적인 인물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사건에서 8:1이라는 압도적 차이로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것이 지금의 헌법재판소다. 통합진보당 사건에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듯이 이번에도 얼마든지 의외의 결과를 낼 수 있다. 물론 국민의 눈치를 보겠지만 만일 국민의 분노가 조금이라도 잦아들면 어떤 결과를 낼지 모른다. 최소한 시간끌기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거대한 시민혁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0년 주기와 30년 주기가 만나는 대한민국 역사상 세 번째 시민혁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장엄한 시민혁명은 근본적인 변혁을 추구한다. 탄핵은 근본적인 변혁의 중간단계에 있는 사건일 뿐이다. 탄핵을 하면 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대로 시민혁명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탄핵에 실패한다면 시민혁명은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을 것이다. 그때는 후회해도 소용없다. 어쩌면 이런 생각도 기우일지 모른다. 장엄한 시민혁명을 목격하면서 이 흐름에 맞설 무모한 인물은 한줌도 안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금은 탄핵너머 시민혁명을 더 발전시키는 것을 고민할 때다.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