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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특검법' 알고보니 '물검법'
변호사 특별수사관 파견 검사 아래에 둬 검찰이 주도권
입력 : 2016-11-16 오후 4:44:46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여야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특별검사법안을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 시킬 예정인 가운데 특별검사 후보들이 거론되는 등 벌써부터 ‘특검 분위기’가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여야가 합의한 특검법안에는 수사의 독립성 내지 중립성을 침해하는 치명적인 독소조항이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이번 사건은 희대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철저한 진상규명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에서 자칫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등 여야 의원 209명은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최순실 특검법)’을 발의했다.
 
문제의 독소조항은 특별수사관의 지위와 권한을 규정한 7조 4항이다. 이 조항은 ‘특별수사관은 제2조 각 호의 사건수사의 범위 안에서 사법경찰관의 직무를 수행한다’고 되어 있다. 역대 특검법에도 같은 규정이 있었다. 특별수사관은 통상 검찰출신 변호사 등 형사사건에 능한 변호사들이 임명된다. 전문성 면에서 검찰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 조항은 특검 소속 파견 검사와 변호사 출신 특별수사관의 관계를 ‘검사와 경찰’의 관계로 정해 놓은 것이다.
 
검찰 수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신뢰할 수 없어 만들었다는 특검법이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을 해하는 법조항을 명시적으로 담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특별수사관은 파견 검사들을 견제할 방법이 없다. 당장 긴급체포나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등을 파견 검사들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일반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 또는 구속 수사하기 위해 법원에 대한 영장 청구를 검찰을 거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부분은 그동안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함께 오랫동안 검찰의 ‘자기식구 감싸기’ 의혹을 불러왔다. ‘전 영등포세무서장 뇌물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전 서울 영등포세무서장 윤모씨는 2013년 육류가공업자로부터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다 해외로 도피했다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경찰은 윤 전 서장을 구속 수사하기 위해 검찰에 영장청구를 신청했으나 검찰은 수사가 미진하다며 기각했다. 윤 전 서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소속 윤모 부장검사의 친형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별수사관이 작성한 피의자 조서는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형사소송법상 검찰 수사단계에서 작성한 피의자 조서는 피의자 본인이 진술한 것이 맞기만 하면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그러나 경찰 수사단계에서의 조서는 피의자가 내용까지 진실하다고 인정해야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실제로 2011년 11월 설치된 ‘디도스특검’ 특별수사관으로 임명된 한 고참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같은 문제로 파견 검사들과 갈등을 겪다가 사임한 예가 있다.
 
더 큰 문제는 특검팀까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영향력을 해사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최순실 특검법‘은 파견검사를 20명까지 둘 수 있도록 정했다. 이들 중에 이른바 ’우병우 사단‘이 포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병우 사단‘은 사실상 우 전 수석의 사조직이라고 할 만큼 검찰 내에서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2012년 8월 ‘내곡동 특검’ 당시 특별수사관으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역대 특검들도 특별수사관 지위를 사법경찰관으로 묶어 놨기 때문에 진실규명에 실패한 경우가 많았다”며 “소리만 요란하고 성과가 없었던 그동안의 전례가 이런 부작용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도스 특검’ 특별수사관 출신 변호사도 “특별검사는 진실규명 의지를 가지고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이지 직접 수사하는 역할은 특별수사관들의 몫”이라며 “이런 특별수사관의 지위와 권한을 검사 아래 두고 있는 이상 특검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 관계자는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는 하지만 합의가 다 끝난 상태에서 추가로 견제할 방법이 없다”며 “야당이 특검도입을 정치적 성과물로만 평가한 오판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그나마 파견 검사나 공무원들이 특검 수사사항을 소속기관에 보고할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한 것이 역대 특검법에서 한발 나간 것”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그동안 여당과 합의를 진행한 결과 지금의 법안까지가 한계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새누리당 역시 그동안의 특검을 모두 연구하지 않았겠느냐”며 “특검후보 제청권의 전권을 내준 것은 결국 그만한 속셈이 있었던”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야 3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최순실 특검법'과 '국정조사'를 오는 17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더불어민주당 박완주·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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