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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해석, 대법원도 어려워"(종합)
국감, 고영한 법원행정처장 "추상적…기준 속히 마련할 것"
입력 : 2016-10-14 오후 8:12:2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정쟁으로 18일 만에 다시 열린 대법원 국정감사에서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판결,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부검영장의 해석이 쟁점이 됐다.
 
특히 김영란법에 대해서는 대법원조차 해석 범위가 너무 넓어 법 적용에 고충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측·부가기준 마련 어려움 겪어"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은 14일 대법원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청탁금지법이 기존에 시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기준이 너무 추상적”이라며 판사들도 절차에 청탁금지법에 대한 예측과 그에 대한 부가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매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고 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의당 노회찬 의원과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박 의원은 “김영란법을 어디에 물어봐도 모른다. 혼란이 온다. 법원은 대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심판 기준을 마련해 계도할 계획은 없느냐”고 질의했다.
 
고 처장은 “대법원은 청탁금지법 과태료 부과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4 개월 전부터 담당 법관들을 모아 연구를 한 뒤 절차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준비해 이달 초 판사들에게 배부했다”며 “판사들에게 배포한 가이드라인은 내부적 기준으로 국민들을 기속할 수 있는 재판기준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의 판사들을 위한 가이드라인 내용이 보도되면서 국민권익위원회와 의견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대법원은 권익위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으며, “예측 가능성에 어려움이 있지만 국민들이 법원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해 빠른 시간 내에 재판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대법원은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법관과 법원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지침서 '청탁금지법 Q&A'를 배포했으며, 같은 날 전국 법원 청탁방지담당관들이 모여 김영란법 적용과 관련한 주요쟁점과 사무처리상 예상되는 문제점에 관해 토론했다. 이 과정에서도 구체적 사안에서 어떤 것을 부정청탁으로 볼 것인지, 직무관련성 여부는 어디까지인지 등이 핵심이 됐다.
 
대법원은 또 지난 5일 김영란법 위반시 적용되는 과태료 재판 절차를 일제 정비하면서 심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김영란법 위반자의 소속기관장에 대한 통보보완요구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법원은 필요하면 소속기관장에 위반자 인적사항, 과태료 부과 대상 위반사실 요지 등을 보완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면서 과태료 처분 등 판단에 신중을 기하기로 했다.
 
'조희연 재판' 갈등…한때 정회도
 
조희연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두고는 여야가 대치하면서 국감이 일시 중단되는 등 진통을 겪기도 했다.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1심은 조 교육감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는데, 항소심은 범죄를 인정하면서도 어떤 근거로 선고유예를 했느냐, 담당 판사가 어떻게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도 “수년간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240건 중 선고유예 판결은 단 4건에 불과하다”며 “선거 상대 후보가 미 영주권자라고 허위사실을 배포한 죄가 분명히 인정되는데 선고를 유예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이에 더해 권 위원장은 “법률심인 대법원은 항소심이 법률에서 규정한 선고유예 사유에 해당하는 지만 판단하면 되는 것을 1년 넘게 끌고 있다”며 “전형적인 봐주기가 아니냐”라고 질타했다. 같은 당 주광덕 의원도 “집중심리를 동원해서라도 신속하게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야당 측은 여당 측 발언 내용이 국감 중 질의사항으로는 부적절하다며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법사위원장이 직접 나서 특정 재판을 겨냥해 부당한 표현을 써가며 지적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매우 유감이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계류 중인 재판에 대해 국감장에서 반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간섭”이라고 여당 측을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공방 수위가 높아지자 권 위원장은 국감 중지를 선언했고, 야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에서 한동안 여당 의원들 단독으로 국감이 진행됐다.
 
조 교육감은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교육감 상대 후보자로 나온 고승덕 전 의원이 미국 영주권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지방교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혐의를 인정했지만 선거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없다며 벌금 25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부검영장 집행은 수사기관 영역"
 
최근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백씨 사체에 대한 부검영장에 대한 해석을 두고도 설전이 오갔다.
 
고 처장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백씨에 대한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영장담당 판사가 붙인 제한사항을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의무조항이라고 해석했다면서 의견을 묻자 “기본적으로 동일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집행방법과 절차에 제한을 붙이는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집행은 수사기관의 영역으로 정확한 답변을 드리지 못함을 양해해달라”며 직접적 답변을 피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오신환 의원은 “법원이 전례 없는 부검영장을 발부하고 집행 등의 해석을 검경에게 넘기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며 “논란을 일으키고 뒤로 빠지는 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 앞서 양승태 대법원장은 김수천 부장판사 뇌물 사건 등 최근 발생한 법관비리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양 대법원장은 인사말에서 “최근 법원을 비롯한 법조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국민 신뢰가 흔들리고 있고, 법관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청렴성을 저버린 사건까지 발생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당혹감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깊은 자성과 함께 법관 윤리의식 제고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예방활동 강화를 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의원 여러분이 부디 혜량해 법원의 사기가 꺾이지 않도록 해주시고 사법부의 노력이 국민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이 14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 등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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