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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 따른 제네릭 시장진입, 상급심이 뒤집어도 약가 인하 책임 없어" 첫 판결
한국릴리, 한미약품 상대 약가인하 소송 항소심 패소
입력 : 2016-10-12 오후 9:19:2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무효 판결로 제네릭 의약품 제조사가 제품을 시장에 진입시켜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가 인하된 경우, 그 판결이 상급법원에서 뒤집혀 확정됐더라도 약가 인하로 인한 손해를 제네릭 의약품 제조사의 불법행위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를 가진 외국 제약회사가 제네릭 의약품을 판매하는 국내 제약사를 상대로 약가 인하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법리를 처음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제네릭 의약품이 약가 등재를 받아 시장에 출시되면 관련법규에 따라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를 46.45% 인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제네릭 의약품 매출액은 미미하지만 오리지널 약가 인하분은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해 손해배상을 인정할 경우 국내 제네릭 의약품 제조사에게는 결정적인 타격이 된다.
 
뿐만 아니라 제네릭 의약품을 제조하더라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끝날 때까지 출시를 미룰 수밖에 없어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한규현)는 미국 제약사인 ‘일리아 릴리 앤드 컴퍼니’의 한국법인인 한국릴리 유한회사가 자사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권 만료기간 전 제네릭 의약품을 판매해 입은 손해 15억여원을 지급하라며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사건은 약가인하에 대한 첫 법정분쟁이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 제품의 제네릭 제품인 피고 제품에 관해 약가 등재절차를 완료했고, 피고 제품 특허발명에 관한 특허법원 판결이 있은 뒤 판매예정시기 변경을 신청했으며, 보건복지부장관 고시에 따라 최초 제네릭 제품 등재를 이유로 원고 제품의 약제 상한금액이 2011년 1월부터 20% 인하된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구 국민건강보험법과 구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신의료기술 등의 결정 및 조정 기준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특허분쟁 결과 승소한 경우’ 뿐만 아니라 ‘특허분쟁 승소 가능성’이 있는 경우도 ‘등재 후 즉시 판매 가능한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며 “최초등재제품의 특허권 관련 분쟁에서 무효 여부에 대한 판단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제네릭 의약품에 대해 적법하게 약제 요양급여 결정신청이나 변경신청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이런 규정에 따라 제네릭 의약품 판매예정시기를 원고의 특허발명 존속기간 만료일로 정했다가 특허발명에 관한 무효심판 청구 기각심결을 취소하는 특허법원 판결이 선고되자 특허분쟁에서의 승소가능성을 이유로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변경 신청했다”며 “그렇다면 피고가 판매예정시기를 변경 신청한 것은 적법한 변경신청이고,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질서를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더욱이 원고 제품의 상한금액 인하는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그 적정성과 시기 등을 심사한 뒤 보건복지부장관의 판단에 따라 인하한 것이고, 원고도 이에 대해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 등으로 불복하지 않았다”며 “그렇다면 결국 원고 제품의 약제 상한금액 인하는 보건복지부장관이 법령상 절차를 거쳐 고시로서 재량권을 행사해 이뤄진 것이지 피고의 신청이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없어 피고의 행위와 원고의 손실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도 없다”고 덧붙였다.
 
미국 제약사인 ‘일리아 릴리 앤드 컴퍼니’의 영국 법인인 일라이 릴리사는 정신질환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는 화합물인 ‘올란자핀’을 발명해 1991년 4월 특허출원한 뒤 1999년 2월 등록해 특허권을 얻었다. 특허권 만료기간은 2011년 4월이었다. 한국릴리는 일리아 릴리의 양해를 얻어 식약청으로부터 ‘올란자핀’이 함유된 ‘자이프렉사’에 대한 시판허가를 얻은 뒤 국내 유일 수입자로서 제품을 수입해 판매했다.
 
그런데 한미약품은 2008년 10월 일리아 릴리를 상대로 ‘올란자핀’이 신규성과 진보성 없다며 특허발명 무효심판을 청구했고, 특허심판원은 이를 기각했지만 특허법원은 2010년 11월 한미약품의 청구를 받아들여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일리아 릴리의 상고를 받아들여 특허법원 판결을 파기환송했고, 특허법원은 이에 따라 2012년 11월 한미약품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판결은 같은해 12월 확정됐다.
 
한편, 한미약품은 ‘올란자핀’을 함유하는 제네릭 의약품인 ‘올란자정’을 개발해 2008년 4월과 2011년 11월 식약청으로부터 허가를 받고 2009년 3월과 2010년 2월에 제품 시판을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약가등재를 완료했다.
 
이후 일리아 릴리를 상대로 낸 특허소송에서 승소하자 한미약품은 2010년 11월 평가원에 ‘올란자정’ 판매예정시기를 ‘등재 후 즉시’로 변경 신청했고, 신청이 받아들여져 보건복지부장관이 같은 시기 한국릴리 제품의 약제 급여 상한금액을 종전 금액의 80%로 인하 고시했다. 이에 따라 한국릴리의 ‘자이프렉사’의 약제급여 상한금액은 2011년 1월부터 당초 상한금액보다 20% 인하됐다.
 
이에 대해 일리아 릴리는 한미약품이 특허발명 존속기간 만료 전 제네릭 의약품을 판매해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한국릴리도 일리아 릴리와 같이 소송을 내면서 “한미약품이 일리아 릴리의 특허발명 존속기간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2011년 11월 제네릭 의약품인 ‘올란자정’의 판매 예정 시기를 최초 신청보다 앞선 ‘등재 후 즉시’로 변경해 독점 판매하던 ‘자이프렉사’ 상한금액이 인하돼 15억여원의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6월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존속기간이 남아있는데도 제네릭 의약품을 판매한 것은 잘못”이라며 일리아 릴리의 청구를 인용했다. 그러나 한국릴리의 청구에 대해서는 “한국릴리에게 일리아 릴리 제품에 대한 독점적 통상실시권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그러자 한국릴리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존속하는 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는 그 자체로 보호돼야 하는데, 특허존속 기간 동안 제네릭 의약품을 출시해 오리지널 의약품의 약가가 인하되도록 한 것 자체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다.
 
이번 사건을 1심부터 대리한 법무법인 세종의 임보경(46·사법연수원 30기) 변호사는 “한미약품과 같은 제약사들이 국내에 많은데, 약가인하에 대한 책임을 국내 제약사들에게 지운다면 국내 제약사들의 제네릭 의약품 출시와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에 대한 도전이 크게 위축되고, 오리지널 의약품 약가는 부당하게 유지될 것이고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번 판결은 약가 인하제도의 본질과 구조, 절차, 특허권 침해와의 관련성을 모두 고려한 합리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최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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