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우리나라 금융정책을 맡고 있는 금융위원회의 공보 및 홍보 채널이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위원회의 대변인실은 일선에서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소통의 역할을 담당하거나 정책 홍보를 맡고 있다. 금융위의 입 역할을 맡는 이들이 언론과의 소통에서 비상식적인 행태를 보이더니, 최근에는 금융위 조사관 성폭행 사건을 두고 '좋아하는 사이'라고 해명하면서 조직을 논란의 가운데 서도록 내몰았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간부회의를 열고 "금융위는 금융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행동과 처신을 항상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간부들에게 강조했다. 또 부정청탁금지법(김영락법) 시행 등으로 국민의 알권리가 침해돼서는 안된다며 정상적인 취재 대응과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했다.
구태 접대문화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금융위 직원 개인의 일탈로 보는 시각이 강하지만 내외부에서는 금융위의 미흡한 언론 대응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사건 파악을 위해 언론사 기자들이 문의를 해오자 몇몇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는 식으로 해명하다가 사건이 공론화되자 해명자료를 통해 '두 당사자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음을 전제로 사건당사자의 주장을 전달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문제점을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산하기관이 자리를 가진 것은 김영란법 시행전이기도 하고 백번 양보할 수 있으나, 성폭행 사건에 대해 금융위가 상식밖의 언론대응을 하면서 2차 피해를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금융위 대변인실의 상식밖 언론대응은 종종 목격됐다. 지난 5월에는 금융위는 임종룡 위원장 주최로 언론사 경제부장 20여명을 불러 구조조정 관련 백브리핑을 열었다. 금융위 출입매체는 90여곳인데 나머지 70여곳에는 사전고지도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측은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급히 해명했으나, 당시 정부가 추진하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진행상황과 자본확충 펀드 조성 등이 첨예의 논란으로 떠오르던 시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키를 쥐고 있는 임종룡 위원장의 입에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데 기사화가 될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자체가 오판"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참석하지 못한 대다수 언론사들에게 오찬의 발언 내용을 정리해서 보냈지만, 담당 부서와 대변인실을 거치면서 임 위원장이 하지 않은 말이 기사화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이같은 금융위 공보행태는 기존에 소통을 강조해온 임종룡 위원장의 방향과도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보 업무 하나하나에 장관이 개입을 했겠냐는 의구심도 들지만 수장이 모르고 했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공보 조직이 '관'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금융위 대변인에는 육동인 전 대변인(현 청와대 춘추관장)에 이어 두번째 외부출신인 임규준 대변인(언론사 출신)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금융위는 국회에서 자료를 요청해도 뻣뻣할 정도로 엘리트 의식이 강한 곳"이라며 "과거 금융위 공보에서는 이같은 조직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밖으로는 소통을 원활히 하면서 업무를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공무원 문화를 모르는 외부 인력이 중요한 업무를 맡으면서 편협한 태도로 공보를 하면서 논란을 키운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7일 간부회의에서 "행동과 처신을 올바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