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동창 스폰서 의혹’ 사건을 조사 중인 대검찰청 특별감찰팀(팀장 안병익)이 조사 대상인 김형준 부장으로부터 연거푸 물을 먹었다.
특별감찰팀은 21일 오후 2시30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김 부장검사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특별감찰팀 수사관 2명이 출동한 이번 압수수색은 전날 허탕 친 김 부장검사의 공용핸드폰 압수가 목적이었다. 이 핸드폰은 김 부장검사가 파견됐던 예금보험공사에서 지급 받은 것이다.
그러나 특별감찰팀은 2시간 만에 사실상 또 빈손으로 돌아왔다. 노트북과 아이패드는 확보했지만 공용휴대폰은 김 부장검사가 "잃어버렸다"고 버텨 확보하지 못했다. 전날도 특별감찰팀은 예금보험공사를 압수수색해 확보를 시도했지만 이미 일주일 전 김 부장검사 손에 넘어간 뒤였다. 김 부장검사는 추석연휴 직전인 지난 13일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공용휴대폰 명의를 이전받았다.
전날 압수수색 실패는 특별감찰팀의 실책 보다 김 부장검사가 업무용으로 지급된 공용휴대폰을 수중에 넣은 것을 두고 더 많은 추측을 낳았다.
기관마다 다르지만, 통상 공용휴대전화가 지급되는 공무원은 임기를 마치거나 중간에 전보조치 되면 휴대전화를 반납하거나 후임자에게 인계한다. 때문에 직무집행 정지까지 받은 김 부장검사가 챙겨간 것은 석연치 않았기 때문이다.
특별감찰팀 확인 결과, 예금보험공사는 그동안 파견 공무원이 직을 그만두게 되면 그가 쓰던 공용휴대전화를 지급하는 것이 관례였다. 타 정부부처 등에서도 같은 방식을 취하는 기관이 없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압수수색 실패로 특별감찰팀 조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용휴대폰은 의혹 당사자인 김 부장검사와 ‘스폰서 동창’ 김모씨가 보유하고 있던 다섯개의 휴대폰 가운데 특별감찰팀이 확보하지 못한 마지막 휴대폰이다. 앞서 특별감찰팀은 영장실질심사일 도주한 김씨를 지난 5일 체포하면서 김씨가 보유하고 있던 휴대폰 3대를 압수했다. 지난 12일에는 김 부장검사 개인 휴대폰을 김 부장검사로부터 임의제출 받았다.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와 김씨로부터 확보한 휴대폰들을 디지털포렌식 등으로 분석한 결과 사실관계 중 90%를 확인했다며 김 부장검사 공용휴대폰의 증거 가치는 높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별감찰팀 관계자는 “올해 1월부터 김 부장검사가 공용휴대폰으로 통화한 건수는 한달에 평균 4~5회에 불과하고, 그 중 김씨와 통화하거나 문자메세지를 주고받은 건 수는 그보다 적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부장검사가 공용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확보된 증거와는 또 다른 주요 증거가 공용휴대폰에 담겨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별감찰팀이 확보했다고 밝힌, 사실관계를 증명하는 내용들은 모두 김씨가 제출한 증거물에서 찾아낸 것이다. 김 부장검사와 김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들을 외국계 SNS인 텔레그램을 통해 주고 받았으며, 양쪽 모두 ‘즉시삭제’ 기능을 사용했다. 특별감찰팀도 삭제된 내용을 디지털포렌식으로 복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특별감찰팀이 쥐고 있는 증거물들은 모두 김씨가 언론 제보용으로 갈무리해놓은 김 부장검사와의 대화내용을 저장한 사진 파일들뿐이다.
김 부장검사가 공용휴대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 상당한 시일을 보낸 것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특별감찰팀은 지난 5일 김씨를 체포하면서 당시 보유하고 있던 휴대폰을 모두 압수해 통화내역을 추적한 뒤 지난 9일 김 부장검사에게 개인휴대폰 임의 제출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특별감찰팀 얘기대로라면 최소한 지난 9일 전에는 김 부장검사의 공용휴대폰 존재를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예금보험공사를 압수수색하기 전까지 추석명절이 있기는 했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안일한 태도였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이와 함께 잃어버렸다는 김 부장검사의 주장만을 믿고 소득 없이 되돌아 온 것도 특별감찰님의 진실규명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다. 직무집행정지 이후 자택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부장검사가 공용휴대폰을 분실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예금보험공사 파견에서 복귀한 김 부장검사가 공용휴대폰을 최근 보유한 것은 지난 13일 명의를 이전받은 뒤 이날까지 8일간이다.
한편, 특별감찰팀은 김 부장검사의 공용휴대폰을 다시 확보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특별감찰팀 관계자는 김 부장검사 자택 등을 통한 재확보 가능성에 대해 "없다. 끝났다"고 말했다.
김형준 부장검사.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