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한동안 잠잠했던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영국 경제 전반에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선 펀드런(펀드투자자들의 대규모 환매사태) 조짐이 일고 있고 파운드화 가치는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들은 내년까지 내수와 수출 등 경제 전반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경제 침체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브렉시트 후폭풍, 부동산·금융시장에 타격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M&G인베스트먼트와 아비바인베스터스는 이날 브렉시트로 인한 고객들의 대규모 인출 사태에 각각 44억파운드, 18억파운드 규모의 펀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날 스탠다드라이프인베스트먼트도 29억파운드의 부동산펀드 환매를 중단했었다.
영국 3대 부동산펀드투자사의 이번 결정은 고객들의 인출 요구를 충당할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펀드 순자산 대비 현금비중은 M&G과 아비바가 각각 7.2%와 9.3%, 스탠더드라이프가 13.2% 정도에 불과하다.
라이스 칼라프 하그리브스랜스다운 전략가는 “다른 업체들도 몇 주 내로 유사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투자심리가 개선될 때까지 부동산 가격에 하방 리스크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브렉시트 후폭풍에 외환시장에서 파운드화 가치도 또다시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 파운드화는 6일 오후 1시30분 기준 아시아 거래에서 전날보다 1.02% 하락한 1.2887에 거래됐다. 이로써 파운드화 가치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12.8% 가까이 추락했다.
이날 파운드화 약세는 부동산 시장 불안에 외국 자본이 한꺼번에 대거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에서 파운드를 팔려는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현재 영국 부동산 시장의 절반 가까이는 해외 자본이 차지하고 있다.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전체 거래금액의 45%가 외국인 자본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런던증시에 상장된 부동산펀드와 부동산개발 기업 주가도 3~6% 하락했다. 브렉시트 이후 이들 주가는 30% 정도나 급락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가 5일(현지시간) 런던에서 기자회견 중 고뇌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AP
영국, 브렉시트로 경제 침체 맞나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부동산 시장의 문제가 은행권으로 전염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 WSJ은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 등 주요 대형은행들은 금융 위기 이후 부실 대출 관리를 잘해왔지만 그 여파로 소형 은행들의 부실 대출이 급격하게 늘었다”며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부동산에 대출해줬던 소형은행 자금은 큰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부동산과 금융 시장 외에 소비와 투자, 무역 등 경제 전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유고브와 경제산업조사센터(Cebr)가 영국 내 10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인용, 49%의 기업이 향후 1년간 영국 경제에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국민투표 전 그 비중이 25%였던 점을 감안하면 많이 늘어난 것이다.
세부적으로 기업들의 국내수요와 수출 예측지수는 각각 118.8과 114.8에서 104.9와 99.8로 하락했고 투자 예측지수도 108.1에서 100.1로 떨어졌다.
스콧 코프 Cebr 이사는 “이번 결과는 브렉시트에 대한 상당한 쇼크를 반영한다”며 “기업들이 향후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메르 에시너 커먼웰스 전략가는 “향후 파운드화는 계속 약세를 보일 것”이라며 “영국 경제는 침체 리스크가 크다”고 경고했다.
최근 BOE 역시 경제 전망에 우려를 표하며 돈 풀기에 시동을 걸고 있다.
BOE는 이날 금융정책위원회에서 은행들의 경기 대응을 위한 완충자본 비율을 0.5%에서 0%로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마크 카니 BOE 총재는 “이번 결정으로 가계와 기업의 대출이 최대 1500억파운드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개월 내로 추가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RBC 전문가들은 이날 “최근 경제 전망으로 비춰볼 때 올해 7월이나 8월 중에는 기준금리 인하 등 추가 통화정책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30일 카니 총재 역시 “경제 전망이 좋지 않아 올여름쯤 일부 통화정책 완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