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를 수정하라! 수정 없인 우리의 근로 상황도, 삶도 나아지지 않는다.”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노동절 집회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날 선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의 외침은 실물경기 회복에 대한 정부와 국민간의 현격한 인식차를 그대로 투영했다. 대규모 금융완화정책, 과감한 재정지출, 성장촉진 세 개의 화살로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20년’을 되찾겠다던 아베노믹스. 최근에는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도 물가 달성은 요원하고 저유가, 달러 강세 등 해외 경제의 각종 악재에 엔고가 지속되는 기이한 현상까지 맞고 있다. 여기에 구마모토현의 연쇄 강진에 미쓰비시 파문까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아베 총리의 세 개의 화살은 결국 부러진 화살로 전락하는 것일까. 아베노믹스 3년을 재점검해 보고 전망까지 살펴본다. (편집자)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3년 5개월 동안 일본 경제의 중추였던 아베노믹스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1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통화정책의 약발은 먹히지 않는 데다 재정정책과 구조개혁의 성과는 요원하기만 하다.
다만 아직까지 아베노믹스만이 일본 경제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치켜세우는 의견도 있다.
여전히 성공과 실패의 문턱에 서 있는 아베노믹스. 과연 그 운명은 어떻게 될까.
3년간 일본 경제 이끈 아베노믹스
아베 총리는 지난 2012년 12월26일 취임했다. 취임과 동시 20년의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해 금융완화와 확장적 재정정책, 장기적인 구조개혁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3개의 화살’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까진 화살들이 얼추 과녁에 들어맞는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일본은행(BOJ)은 대대적으로 돈을 풀어 엔화 약세를 유도했다. 2013년 4월부터 연간 60조~70조엔 규모의 돈을 투입했고 2014년 10월 말부터는 자산매입 규모를 연간 80조엔으로 늘렸다.
2012년 말 86엔대였던 달러·엔화 환율은 지난해 5월엔 124엔까지 올랐다.
엔저 후광에 일본 실물경제 지표는 호조를 보였고 증시는 상승 랠리를 펼쳤다. 경제 부활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졌다.
지난해 3월 일본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조7950억엔으로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4~6월·회계연도 2015년 1분기) 일본 244개 상장사의 경상이익 역시 8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2012년 11월 8600엔대에 머물던 닛케이지수는 지난해 4~7월 2만엔선을 웃돌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거품처럼 꺼지는 아베노믹스 신화
하지만 지난 1월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이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외환시장의 경우 BOJ가 기대했던 효과와 정반대 상황이 펼쳐졌다.
시장에선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일본 경제의 불안 전조로 인식했다. 여기에 미국 금리인상 지연 전망과 글로벌 경제 둔화 우려감까지 겹치며 엔고 현상이 펼쳐졌다.
증시도 출렁였다. 닛케이지수는 정책 도입 직후 1만4900엔선까지 낙폭을 확대했고 이후 1만5000~6000선에서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각종 경제 지표들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1.1%을 기록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분기 0.2%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간신히 경제침체(리세션)는 면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나 최근 구마모토현의 강진, 미쓰비시 파문 여파에 재차 역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흥국 경제 둔화와 엔고 여파에 기업 실적도 일제히 영향을 받았다. 일본 244개 상장사의 1~3월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0% 급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노벨상 수상자인 미 컬럼비아대 교수 조셉 스티글
리츠와 회동해 일본의 경제 정책에 대한 논의를 위해 착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AP
논란은 여전, 성공 열쇠는?
대다수의 전문가는 아베노믹스가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유명 전략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총 16명 중 14명은 아베노믹스의 경기 부양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고 답했다.
나카미시 타카시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는 “세 개의 화살 중 유일한 희망인 통화완화 정책마저 효과가 없다”며 “정부지출 확대는 국가 부채 규모가 GDP 대비 200% 이상으로 늘면서 지속될 수 없었고 구조 개혁 역시 장기적 계획이라는 점에서 즉각적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아베노믹스가 실패한다면 일본 경제의 붕괴까지는 아니어도 2012년 수준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명예교수는 “디플레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아베노믹스의 초기 목적은 여전히 주요하다”며 “한계에 부딪힌 통화정책을 도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존 베일 닛코 증권의 전략가는 “아베노믹스 붕괴 주장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속도를 내면서 농업 등 여러 산업 부문의 거대한 개혁이 예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베일 전략가는 “엔화 역시 아베노믹스 이전 달러당 78엔 수준까지 내려갔던 때를 고려하면 심각한 수준이라 볼 수 없다”며 “오는 6월쯤 부양책이 나오면 상황을 더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양측 모두 향후 아베노믹스의 성공 여부는 구조개혁을 통한 실물 경제의 회복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베일 전략가는 “결국 노동 시장 등 각종 구조 개혁이 아베노믹스를 살릴 수 있는 지름길”이라며 “전반적인 경제 그림을 볼 때 거시지표보다는 완전 고용, 부동산 가격 등의 실물 지표 추이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랜달 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략가 역시 “양극화된 노동 시장은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 문제”라며 “성장률과 물가를 동시에 잡으려는 아베노믹스의 성공은 결국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