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 차세대 디바이스로 VR(가상현실)이 부상한 가운데 중국의 행보가 간단치 않다. 자국의 폭발적 성장이 예견되면서 저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4년 후에는 전세계 VR 시장의 3분의 1을 중국이 차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시장조사기관 아이리서치는 지난달 발간한 '중국 VR 산업연구보고서'를 통해 올해를 중국 VR 시장 발전의 원년으로 설정했다. 과거 세가나 닌텐도 등 일본 게임사들이 선보인 게임용 VR 디바이스들이 높은 비용과 평이한 콘텐츠 등에 가로막혀 대중화에 실패했지만, 정부 지원을 비롯해 가격경쟁력, 양질의 콘텐츠 등 제반 여건들이 갖춰진 지금은 폭발적 성장기를 맞이하기 충분하다는 평가다.
이들이 예측한 올해 중국의 VR 디바이스 출하량은 122만대다. 지난해 71만대에서 70% 이상 늘었다. 2020년에는 9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를 기반으로 한 시장 규모는 64억위안(약 9억8000만달러)에 달한다. BI인텔리전스가 전망한 2020년의 글로벌 VR 디바이스 시장 규모가 28억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약 30%를 점유하는 셈이다.
VR이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견인차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중국도 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VR 헤드셋을 통해 인민대회장에서 진행 중인 전국인민대표대회 중계를 보고 있는 한 기자의 모습. 사진/뉴시스·신화
현재 중국에서는 로컬 기업인 베이징바오펑모징과학기술의 '바오펑모징4'를 비롯해 삼성의 '기어VR', 구글의 '카드보드'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일회에 10~30위안으로 이용 가능한 'VR체험관'이 1년 새 전국에 2000개나 생긴 점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중국 내 영화관이 5000개에 달할 때까지 10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속도다. VR관련 스타트업 창업자가 "지금의 분위기는 2007년 아이폰이 처음으로 등장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말할 정도다.
아이리서치는 현재 45만명 안팎인 VR 디바이스 이용자가 2020년 25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저가의 보급형 제품 뿐 아니라 고가 제품들의 입지도 높아질 전망이다. 지난달 말 출시된 HTC의 '바이브'가 799달러(약 92만원)라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도 예약 물량이 생산능력을 초과했다는 사실은 VR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