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전망에 큰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공급 과잉 우려가 지속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계속될 경우 세계 원유시장이 장기 침체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도 경고한다.
또 급락한 국제 유가
25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또 다시 30달러선을 위협받았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은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1.85달러(5.8%) 떨어진 배럴당 30.34달러에 마감했다. 정규장이 마감된 후 장외 거래에서는 7.4% 하락한 배럴당 29.78달러까지 떨어지며 30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의 3월 인도분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1.68달러(5.2%) 낮은 배럴당 30.20달러까지 떨어졌다.
새해부터 국제유가는 약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5일 WTI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30달러 선이 무너진 데 이어 20일에는 급기야 26.55달러까지 추락했다.
지난주에는 유럽과 일본의 추가 부양가능성이 커진데다 한파에 따른 난방유 수요 증가 전망에 32달러 선까지 깜짝 반등했다. 하지만 이날 다시 급락하면서 재차 30달러선 붕괴 우려를 키웠다.
중국 원유 수요 감소·공급과잉 탓
중국의 디젤 수요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이날 급락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에서의 디젤 사용량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 감소했다. 이는 2년 만에 감소폭이 가장 큰 것으로 시장에서는 중국의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라크 당국 관계자는 지난달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413만 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인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원유 신규 생산을 위해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점도 급락에 영향을 줬다.
밥 예거 미즈호 증권 선물 담당 책임자는 “중국의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는 소식이 유가 급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며 “중동에서의 공급 과잉 문제와 함께 향후 유가 급락에 더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케빈 북 클리어뷰에너지파트너스 전략가 역시 이날 “최근 국제유가 반등에도 불구하고 공급과잉 우려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배럴당 30달러선을 지켜내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원유 시장, 장기 침체오나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기 둔화가 2025~2030년까지 계속되면 향후 세계 원유 시장의 장기 침체까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 최대 에너지업체인 엑손모빌은 오는 2025년 중국의 연간 에너지 수요 성장률이 종전 예측(22%)의 10분의 1 수준인 2.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줄어든 수요 예측 규모는 지난해 브라질의 연간 총 원유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또 2030년 이후에는 소비량이 차츰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주 ESAI에너지도 중국의 원유 수요가 2030년까지 현재에 비해 60% 둔화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의 원유 수요를 대체할 수단이 없다고 평가하면서 세계 원유 시장의 장기 침체 가능성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에리카 다운스 유라시아그룹의 수석 전략가는 “중국에서 원유 수요가 충당되지 못한다면 어떤 국가가 중국의 몫을 채울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메간 우 ESAI의 아시아 부문 전략가는 “중국이 점차 소비 주도형 경제로 전환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에서 중동발 과잉 공급 문제가 지속된다면 원유 시장의 장기 침체까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중국 외에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와 선진국의 수요 감소 전망도 원유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티 비롤 IEA 수석 경제학자는 “2040년 쯤 미국·유럽·일본에서의 하루 원유 수요량은 1000만 배럴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에 과잉 공급 우려까지 겹친다면 향후 원유 시장에 큰 악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간쑤성 란저우에 위치한 한 석유 정유업체의 직원이 오일 탱크를 점검한 후 내려오고 있다. 사진/로이터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