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강에 구멍을 뚫고 강바닥을 살피는 강태공들의 움직임이 흡사 70년대쯤 흑백 텔레비전으로 보았던 달탐사 우주인의 모습처럼 경건하다. 볼이 통통한 소녀가 츄파춥스를 입에 물고 새하얀 눈밭에 앉아 있는 모습이 마치 하얀 달 위에서 노니는 것마냥 신기하다. 서성거리고 동동거리는 어른들도 전혀 추위라고는 느끼지 못하는 무념무상의 상태다. 미끼를 물고 오르는 물고기와 찌를 바라보는 인간의 관계는 응시와 몰입의 겨루기다. 깊은 구멍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 어른들은 머리를 넣을 기세이나, 아이들은 순진무구의 태도로 수평적 대응을 유지하며 주변의 웅성임 속에서도 오히려 평화롭다. 깊은 구멍에 안달이 난 것은 다 커버린 어른들이다. 아이들은 깊은 구멍을 바라보며 대결이 아닌 대화를 나눈다. 어쩌면 일생이란, 한 마리 고기를 낚기 위한 하나의 태도일 뿐이 아닌가.
십여년 전쯤 겨울강가에서는 새하얗게 얼어붙은 강바닥에 구멍을 뚫고 홀로 앉은 강태공이 두엇 앉아 있을 뿐이었다. 간혹 지방을 가는 길에 국도변 강가에 차를 세워놓고 볼라치면, 그 흔한 핫팩도 없이 종일 앉아있는 무념무상의 경지가 참으로 부러운 풍경이기도 했다. 물고기 한 마리를 굳이 낚고자 나선 것도 아니니, 허무할 것도 없다는 게 바로 이름 없는 강태공의 귀띔이었다. 고기 한 마리 낚지 않고 빈 손으로 집에 돌아가는 강태공의 뒷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동풍 분다, 겨울로 놀러가자
사람들이 서성거리는 모습은 마치 커다란 순백의 화폭 위에 점점이 점묘화를 그려낸 듯하다. 여름도 아닌 시기, 언 강바닥에 사람이 무리지어 있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화천의 산천어축제는 몇 해 전에는 보기 드문 광경, 불가사의한 사건이라며 외신이 보도하기도 했고, 동리의 어른들은 각양각색의 사람구경이 더 재미나다고도 했다.
얼음낚시를 즐기는 체험객들(사진=이강)
올겨울은 유난히 따스했으나, 동풍이 불지 않는 것이 염려스러웠다. 여름, 가을 내내 가물어 겨울에는 눈이 좀 수북하게 내릴 것을 기대했건만, 겨울의 초입에 두어 차례의 흩뿌린 눈발이 다였다. 엘니뇨 현상의 여파로 이상고온이 계속되는 탓이어었고, 스모그까지 동반한 대륙발 미세먼지로 한반도의 겨울은 조금 변해가고 있다고도 했다. 언 강으로 한 해의 겨우살이를 준비하던 강원도의 강마을과 두메의 주민들에게는 속이 타들가는 일이었다. 바로 그게 엊그제다.
"겨울이야 추워야 제 맛이제, 추워야 살 만하지요. 시골 사람들의 살림이 뻔하니, 외지 사람들이 읍내에 들어오는 것이, 산그늘에 햇볕 드는 아침처럼 따숩고 흐뭇하지요. 요즘 시골의 겨울살이가 다 그렇습니다."
어제 오늘 찬 바람이 화천천을 꽁꽁 얼렸다. 며칠 사이로 찬 바람이 동리를 몇 바퀴 휘돌아 간 덕분이었다. 산그늘의 강바닥에 북적이는 축제장을 내려다보는 토박이 어르신의 심사가 단비 내린 봄날의 들판을 바라보는 듯 흐뭇하다. 며칠만 더 바람만 불어준다면, 강줄기를 막아선 산자락이 병풍처럼 바람을 가두어 단단히 얼음을 얼릴 것이었다. 본래 한 번 얼음이 얼면, 단단한 것이야 화천이 전국 제일이니 장갑차 몇 대가 올라서도 끄떡없을 터였다.
한파 시작, 강원도의 겨울로 놀러가자
겨울 추위를 기다리던 마을은 화천뿐만이 아니다. 새해 벽두부터 동풍을 애타게 기다려온 산골사람들은 이제사 안도의 숨을 쉬는 참이다. 대부분이 산지 지형인 강원도는 이 때를 기다려 겨울 축제를 여는데, 태백산맥을 분수령으로 하여 동쪽 영동과 서쪽 영서 지역의 축제가 조금 다르다. 태백과 대관령 등 영동의 산간지역에서는 눈꽃축제를 열고, 화천, 평창 등 영서 내륙의 마을에서는 강을 얼려 얼음축제를 연다.
지난 주 9일부터 시작된 화천 산천어축제장을 찾아간다. '2016 얼음나라 화천 산천어축제'는 화천천 일원에서 오는 31일까지 23일간 열린다. 읍내로 드니 꽁꽁 언 화천천 방향으로 사람들이 무리지어 향한다. 먼 곳에서 달려온 겨울마니아들이 맨 앞에 서고, 그 뒤를 따라 아이들을 꽁꽁 싸맨 가족단위 체험객들이 줄을 잇는다. 이미 일반 얼음낚시터 예약은 동이 났고, 외국인 전용 낚시터에도 벽안의 강태공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있다. 가장 신나는 곳은 산천어맨손잡기 체험장이다. 산천어를 맨손으로 잡아쥔 이들의 함성이 연이어 터진다. 얼음썰매장, 봅슬레이 눈썰매장, 집라인 코스도 북새통이다. 아시아 빙등 광장과 세계 겨울도시 광장, 야경이 아름다운 중앙로의 선등 거리에도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맨손잡기, 루어낚시, 봅슬레이, 얼음조각광장 등 70여개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특히 올해부터는 '야간 얼음낚시'가 처음으로 도입되었다.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즐길 수 있다.
화천얼음광장의 얼음조형물(사진=이강)
동계올림픽 준비에 한창인 평창도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는 평창송어축제가 열린다. 평창은 송어양식을 국내에서 최초로 시작한 곳으로, 초보자도 쉽게 낚시방법을 익힐 수 있어 송어낚시의 '손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축제장에는 얼음낚시 외에도 텐트낚시, 송어 맨손잡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겨울 레포츠도 다양하다. 눈썰매, 스노래프팅, 카트라이더 등으로 스릴을 즐길 수 있다. 얼음카트와 얼음자전거 등은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스케이트, 전통썰매, 사륜 오토바이 등도 빼놓을 수 없는 겨울놀이다. 또 평창은 내달 28일까지 알펜시아리조트 내에 '하얼빈 빙설대세계'를 열어 평창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하얀 눈과 얼음으로 조성된 대형조각물과 조형미가 신비롭고 아름다워 관광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태백과 대관령 등도 눈꽃축제 준비에 한창이다. 태백산눈꽃축제는 태백산도립공원 당골광장, 황지연못, O2리조트 일원에서 22일부터 31일까지 열린다. 또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사전행사로 열리는 '2016 대관령 눈꽃축제'가 15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대관령면 횡계리 일원에서 펼쳐진다. 하늘목장 선자령 설상 트레킹, 40m 얼음 미끄럼틀, 설원 위 짚풀 미로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이강 여행작가,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gha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