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고속철도 사업을 두고 중국과 일본의 체스 게임이 시작됐다. 오는 12일 일본과 인도의 고속철 계약 합의가 확실시되고 있는 가운데 고속철 시장에서 굴기를 과시하던 중국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10일(현지시간) 일본 아베 정권이 인도 고속철 투자에 눈독을 들이던 중국을 따돌리고 1조5000억엔 규모의 신칸센 수주 ‘티켓’을 손 안에 넣고 있다고 보도했다.

새로 건설될 고속철은 인도의 첫 고속철이다. 서부 마하라슈트라주 뭄바이와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를 잇는 구간으로 오는 2017년 건설을 시작해 2023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완공만 되면 현재 7~8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2시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되며 인도 정부는 향후 뉴델리까지 고속철을 연장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일본은 이 사업에 총 1조5000억엔 규모의 차관을 제공할 계획이다. 연 0.5% 이율에 50년에 걸쳐 상환하면 된다는 게 조건이다. 인도의 총리실 관계자는 “일본이 제시한 조건이 좋아 합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모디 총리의 서명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은 인도를 기점으로 태국,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미국 등에 ‘신칸센 세일즈’를 확대할 야심찬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일본과 함께 인도 시장을 노리고 있던 중국은 이번에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향후 중국의 인도 시장진출 전망이 어둡지 만은 않다. 인도 공영방송 NDTV는 10일 “인도 정부가 첸나이와 델리를 연결하거나 뉴델리와 뭄바이를 연결하는 고속철을 건설할 때는 중국의 제안도 충분히 검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인도의 고속철 시장에서 중국과 일본의 경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국은 그동안 일본과의 고속철 경쟁에서 승리하며 굴기를 과시했다. 중국은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아래 최근 미국과 인도네시아, 태국의 고속철 사업 수주를 따냈다. 또 영국 런던과 버밍엄을 잇는 고속철도 사업에 뛰어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번 신칸센 합의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FT는 ‘고속철도 수주 따기’가 국가 간 정치경제적 친밀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잣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의 인도양과 남중국해 진출에 위기를 느낀 인도는 일본과 손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과정에서 나온 산물 중 하나가 바로 신칸센 합의라고 입을 모은다.
라자 모한 옵저버리서치의 전략가는 “아베 총리의 이번 인도 방문으로 이제 일본에게 미국 다음은 인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11~13일 인도를 방문한다. 12일에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신칸센 건설 사업 관련 공식 합의를 할 예정이다.
일본 도쿄의 한 역에 센다이행 신칸센 열차가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신화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