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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합의’에 또다시 고개 숙인 국회 상임위
예산안-법안 연계 방식에 심사 ‘소홀’…쟁점법안 빌미로 상임위 ‘무력화’
입력 : 2015-12-06 오후 3:28:41
“입법은 절대 개별 의원 수준에서 해결되지 않는다. 즉 집합적으로 움직여야 법안은 통과되고, 법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집요하게 행정부의 실행을 독려하고 채근해야 정책 집행에 이를 수 있다. 그러므로 정책과 입법은 1차적으로 의원들의 집합체인 정당이 나서야 한다”
 
‘보좌의 정치학’이라는 책에 담긴 일부 내용이다. 정책 집행을 위한 결정적 키를 정당이 쥐고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정당의 정책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정책위와 연구원을 강화해야 된다는 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바다.
 
이런 와중에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무용론’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그동안 여야 모두 ‘일하는 국회’, ‘정책 국회’를 표방했지만 정작 법안 처리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는 국회 상임위의 권한은 점점 무력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임위의 존재감은 2일 쟁점법안 처리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여야는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모자보건법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안(전공의특별법) ▲관광진흥법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안(남양유업방지법) 등 5개 쟁점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가 열리지 않거나 제대로 된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서 처리됐다는 지적이다.
 
대리점거래공정화법은 2013년 야당 의원들이 발의한 이후 2년 넘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중이었지만 지도부 결정에서 본회의 통과까지는 일사천리였다. 또한 관광진흥법도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가 거의 열리지 못했다. 여당은 수정안을 마련해 급히 본회의에 제출했고 국회의장의 본회의 상정 결정에 따라 처리됐다.
 
이처럼 상임위의 역할이 추락하는 이유는 여야 원내지도부간의 협상과정에서 각 쟁점법안을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법안 심사와 처리는 상임위의 고유 업무이지만 여야가 양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가다보니 상임위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상임위 보다는 양당의 의사가 법안을 의결하는데 우선시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개정 국회법이 시행된 이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시한을 넘길 경우 국회 심의 없이 정부 원안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뿐 아니라 각 상임위의 심의권을 약화시켰다는 평가다. 실제로 지난해 말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는 한차례 시한을 넘겨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기도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도부가 협상을 하면서 그런 환경을 만들어갔기 때문”이라며 “여야 교섭 형태를 볼 때, 청와대의 요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여당과 그리고 거기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던 야당, 그런 상황이 국회 상임위를 무력화 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산안과 법안을 정치적인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정치 문화와 시스템이 사라져야 한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회 차원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간 중재 협상 과정에서 “법안이란 충분히 상임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충분한 논의가 돼야 한다”며 “충분한 숙려기간을 통해 여러 문제점이 없는지 시간적 여유를 두고 검토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상임위 무용론’까지 거론하는 것은 부적절한 판단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조성대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부)는 “상임위가 정말 부실하게 법안을 심사했는지 회의록을 보고 따져봐야 한다. 미국도 상임위 중심주의이지만 예산안이 법률안이기 때문에 우리보다 훨씬 더 정치적 거래가 자주 일어난다“며 ”상임위 체제가 있는 이상 그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이명수 소위원장 주재로 여야 의원들이 전공의특별법, 모자보건법개정안 등에 대한 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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