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수건의 물을 실컷 다 짜놓았는데 더 짜라고 하면 우리는 어떡하란 말이냐는 거죠."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사진)이 석유화학업체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이 지나치게 적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허 사장은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석유화학협회 사장단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뒤 기자와 만나 "석유화학업체로서는 불만이 많다"면서 "우리는 우리대로 그동안 열심히 줄여왔는데 더 이상 성장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15개 석유화학업체들은 올해 2월 환경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해 현재 진행중에 있다.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에 동참하기 위해 각 업체별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할당하고, 할당량의 잔여분과 초과분을 다른 업체와 거래하는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다.
석화업계에는 2015~2017년에 1억4369KAU(이산화탄소톤)이 할당됐다. 석화업계는 정부가 산업의 특성이나 성장률을 정량적으로 평가하지 않아 타 업계보다 유난히 많은 양을 감축하도록 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날은 조찬간담회는 소송 대리를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사장단에게 소송 진행상황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브리핑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의 이경구 변호사가 맡았다. 허 사장을 비롯해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김희철 한화토탈 사장, 정기봉 SKC 사장,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 김재신 OCI 사장, 신우성 한국바스프 회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김재율 대림산업 사장, 정영태 대한유화 사장, 홍안표 동서석유화학 사장 등 19명이 참석했다.
업체들은 정부를 상대로 각을 세우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지만 '생존의 문제'라는 위기의식에 소송 말고는 다른 해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 관계자는 "기후변화 정책의 근간을 흔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석유화학 업종에 대해 정확한 근거를 가지고 재평가해달라는 것"이라며 "정부의 배출전망치(BAU) 산정은 업황과 전혀 맞지 않아 재산정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허 사장도 이날 "(환경부의 할당량이)석유화학 부문의 성장에 대해서는 반영이 잘 안돼있고 일률적으로 평가돼있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지금까지 총 3차례 변론기일이 열렸다. 당초 국도화학도 이번 소송에 참여했으나 지난 3월 소를 취하했다. 배출권 거래제 공표 후 이의가 있으면 90일 이내에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회사는 이들 석화업체가 소송에서 이긴다해도 별개로 기존 환경부의 안을 따라야한다.
이날 조찬 모임에 함께 참석한 박진수 LG화학 부회장 등은 "석유화학이 앞으로 총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를 따져 전체적으로 현실화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공유했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이라 아직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