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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EDCF 부실관리…입찰비리 적발하고도 은폐·축소
수원국 문제제기 등 국제적 망신…"담합 피해자이자 책임자"
입력 : 2015-11-12 오전 7:00:00
한국수출입은행이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들의 부정행위를 적발하고도, 규정을 위반하면서까지 그 책임을 경미하게 물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업체 간 담합 등 중범죄를 낳는 계기가 됐으며, 이로 인한 국가 이미지 훼손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보고된 '2016년도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에 따르면 "개도국 차관사업에 참여하는 국내기업 중 입찰과정에서 문제유발 행위를 한 기업에 대한 제재를 수원국에서 요청하는 사례가 2011년에 이어 2014년에도 발생하였음"이라고 쓰여 있다.
 
구체적으로 2011년 2억달러 규모의 베트남 밤콩교량 건설사업 입찰과정에서 ‘A기업’과 ‘B기업’은 사업총괄관리자 후보자 경력서류를 위·변조한 채 허위 제출하다, 베트남 사업실시기관에 적발당했다. GS건설과 한신공영 컨소시엄이 최종 낙찰한 이 프로젝트는 지난 5년간 EDCF 사업금액 중 가장 많은 1억8596만8000달러(2147억7444만원)에 달한다.
 
2014년에는 베트남 로떼-락소이 고속도로 건설사업 입찰과정에서 ‘C기업’과 ‘B기업’이 입찰관련 허위서류를 제출했고, 인도네시아 카리안댐 건설사업 입찰에서는 ‘D건설’과 ‘E건설’이 입찰절차를 방해하는 사례가 적발됐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카리안댐 건설사업 입찰 방해행위 적발자는 현대건설과 동부건설이다.
 
2016년도 기획재정위원회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 자료/국회
 
보고서는 "이러한 사례의 발생으로 우리나라가 재정을 투입하여 차관을 지원함에도 수원국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기금의 운용 및 관리 책임을 맡고 있는 수출입은행의 미온한 조치에 있다. 2015년 9월 개정 전 기재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 운용관리규정’ 및 수출입은행의 ‘경협기금업무 취급규정 및 세칙’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허위문서 제출 기업에 대해 구매관리실무협의회 심의회를 열고, ‘문제유발 기업'으로 판단되면 해당 기업의 EDCF 사업 참여를 막기 위해 기재부 장관에게 이를 통보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 심의회에서 계약자의 뇌물 제공 등 '문제유발' 행위가 확인되면, 해당 입찰 참여자에 대해 확인일로부터 3년 이하로 EDCF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해당 내용을 은행 홈페이지에도 게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은 입찰서류를 위·변조한 ‘A기업’과 ‘B기업’에게 심의회조차 열지 않고, 6개월 동안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임의각서만을 받고 사건을 마무리지었다. 홈페이지 등에도 해당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세 차례 4개 기업에 대해 각서만 징구하고, 일정기간 사업에 불참토록 하는 조치로 사건을 덮었다. 특히 2011년에 이어 2014년 허위사실을 기재하다 적발된 B기업에 대해서는 5개월 간 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임의각서만을 받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보고서는 "심의회를 열지 않고 임의각서만을 받는 것은 규정 위반"이라며 "수출입은행은 공식적으로 제재 조치를 취하고 그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문제유발 행위를 반복한 기업에게는 보다 엄중한 제재를 취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은 "우리 기업의 국제 신인도에 미칠 영향, EDCF 사업 지연 가능성, 공식 제재와 유사한 효과 등을 고려해 문제유발 기업의 각서를 통해 일정기간 사업 참여를 제한하고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11일치 지면에서 대우인터내셔널과 현대엔지니어링, 효성, GS건설 등 국내 대기업 5곳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담합을 통해 EDCF 사업에서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보도했다. 수출입은행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한 사이, 기업들의 짬짜미는 보다 대담하고 치밀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내용을 파악 중이다.
 
김기성·김영택 기자 kisung0123@etomato.com
김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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