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재건의 마지막 관문인 금호산업 인수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게 시장의 지배적 평가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지분 30.10% 보유)을 통해 금호터미널, 금호고속 등을 지배하는 사실상의 지주사다.
박삼구 회장은 지난달 24일 산업은행과 금호산업 채권단 보유지분(50%+1주, 1753만8536주)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특혜 논란이 있었던 우선매수청구권이 실현됐다. 박 회장은 이달까지 계약금 7228억원에 대한 자금조달 계획서를 채권단에 제출하고, 오는 12월30일까지 납입을 완료하면 금호산업을 최종 인수하게 된다. 지난 2010년 금호산업이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에 돌입한 지 6년 만이다.
관건은 박 회장이 7228억원의 인수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지다. 이미 3년 전 사재 출연을 해 자금 여력이 미미한 박 회장 일가로서는 사실상 금호산업 지분 9.92%가 가진 재산의 전부다. 전적으로 전략적(SI)·재무적투자자(FI)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는 처지인 셈이다.
사진=뉴시스
앞서 지난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 인수 당시 금호그룹의 FI로 참여했던 대형 금융기관들은 큰 손실을 본 트라우마가 있어 참여가 쉽지 않다. 또 당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시장의 지배력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로 큰 메리트가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금호산업 인수전의 백기사로 참여한다는 건 여러모로 꺼려진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시장 전문가들은 박 회장이 자금 조달을 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박 회장과 우호적 관계인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 등이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 최대 2000억원가량을 조달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실제로 우리은행은 채권단회의에서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할 수 있도록 매각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박 회장(2.65%, 418만2481주)과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2.57%, 406만5693주)의 금호타이어 지분 5.22%을 담보로 2300여억원을 조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6일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주주협의회 실무자회의를 열고, 금호타이어 담보권 설정을 해지하는 안을 통과시킨 것은 사전포석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사모펀드인 칸서스PEF가 박 회장의 우군으로 금호산업 인수자금 조달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앞서 지난 6월 IBK-케이스톤사모펀드로부터 금호고속 주식 100%(1000만주)를 4150억원에 매입한 뒤, 8월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칸서스HKB 사모펀드에 3900억원을 받고 재매각했다. 칸서스자산운용의 김영재 회장은 광주제일고 출신(41회)으로 박 회장(38회)과 동문인 막역한 사이다.
다만,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출자전환 주식 매각준칙(차입매수·LBO)에 따라 계열사를 이용한 자금 조달을 불허한다고 못 박은 점은 부담이다. 배임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담보 제공이 어렵다.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로, 형제에서 분쟁 대상으로 돌아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시선도 부담이다.
때문에 칸서스가 금호고속을 담보로 별도의 SPC나 펀드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집,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자금을 대는 투자자로 나서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금호고속은 2년3개월 이후 다시 사오는 조건으로 콜옵션이 붙어있다”면서 “이면계약을 통해 금호산업이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상장폐지될 경우 콜옵션을 무효화하면서 팔 수 있는 조건이 붙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가능성은 낮지만 신세계나 롯데, CJ, 대상 등이 전략적 투자자로 나설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상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사돈지간이다.
이중 신세계는 금호산업 자회사인 광주터미널 부지에서 광주신세계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 광주신세계는 터미널과 붙어있어 유동인구가 많은 데다, 바로 옆 이마트가 위치해 상권이 뛰어나다. 의류와 잡화 상품을 전면에 포진시켜 이익률 역시 다른 신세계백화점보다 2배가량 높은 26%(2015년 2분기 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월 금호산업 인수에 관심을 보였던 신세계는 경쟁사인 롯데의 불참을 확인한 뒤 인수의향서(LOI) 제출을 철회할 정도로 광주신세계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지분 52.08%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터라, 최고경영진의 결단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금호산업 SI 참여와 관련해 현재로서는 검토하거나,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지난 2013년 광주신세계 부지에 임차보증금으로 5000억원을 들인 바 있어 추가자금 투입에 대한 고민이 크다.
한편, 금호산업 채권단은 지난 21일 박 회장의 금호산업 인수자금조달 계획서 제출 마감시한을 지난 23일에서 다음달 6일까지 2주 연장했다. 박 회장은 현재 재무통인 서재환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을 실무 최고책임자로 두고 인수전을 펼치고 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