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팀장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넷플릭스를 검색하면 '넷플릭스 한국 상륙', '넷플릭스 한국서 승산 있을까', '넷플릭스 대응은?', '넷플릭스 온다. 국내 시장 영향은?‘ 등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에 촉각을 곤두세운 헤드라인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사업 총괄책임자 그레그 피터스는 지난 9월 코엑스에서 열린 BCWW2015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2016년 초 한국 진출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2015년 9월 1일,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넷플릭스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광고 없이 자유로운 시청이 가능하며,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추천 알고리즘에 의해 이용자 취향 중심의 동영상을 제공하여 전세계적으로 6,500만 명에 육박하는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하우스 오브 카드’, ‘마르코폴로’ 가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제작한 프로그램이며 온라인 시리즈 최초로 에미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다.
이 대목에서 우리나라 PP(유료방송 채널사업자)들은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우려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한 해 콘텐츠 수급 및 제작에 2~3조원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국내 콘텐츠 제작에도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로 국내 PP들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 우선 콘텐츠 유통망의 확대로 콘텐츠 판매 증가와 이로 인한 매출 증대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세계 50여 개 국에 진출해 있는 넷플릭스와 제휴한다면 PP사의 우수한 자체제작 콘텐츠를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유통판로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낙관적 가정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글로벌 플랫폼을 구축한 넷플릭스에 PP의 기능은 채널운영이 아닌, 콘텐츠 제공자의 역할로 제한될 수 있다. 자체 보급망을 보유한 사업자는 VOD 등 자사 콘텐츠 유통 매출이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콘텐츠 자체제작 역량이 부족한 PP에게는 콘텐츠 판매 통로가 될 수 없으며, 넷플릭스가 국내 유료방송의 코드커팅(Code cutting)을 일으킨다면 오히려 채널사업 기반 PP는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저가의 국내 유료방송시장을 공략하기 쉽지 않다는 견해도 많지만 글로벌 OTT 영상 플랫폼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지닌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선언에 미디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의 성공여부야 어찌됐든 이들의 풍부한 OTT 사업경험은 국내 콘텐츠 유통구조의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가 될 수 있다. PP들도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PP 사업자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다양한 콘텐츠 제작 및 수급을 통하여 콘텐츠 가치 증대를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PP 콘텐츠가 유료방송 산업 발전을 리드할 수 있도록 공정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한미 FTA 발효 이후, 무풍지대와 같은 국내 유료방송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뚜렷하고 명확한 정책 지원 역시 동반 수반되어야 한다. 여느때 보다 정부의 역할이 중요시 되는 시점이다.
우연히 어떤 지면광고에서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라는 글귀를 접했다. 이 문구처럼 모든 것은 변하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도 ‘콘텐츠’의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그 본질적 가치만이 방송 산업에 성장 동력을 공급할 수 있다.
김동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정책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