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교육감 선거에서 자신을 '보수 단일후보'라고 지칭하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용린(68) 전 서울시 교육감이 항소심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재판부는 문 전 교육감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해당 표현이 선거 결과에 끼친 영향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들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문 전 교육감은 선거비용 32억원도 물지 않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16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문 전 교육감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선고유예 판결했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 등 가벼운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2년이 지나면 형을 면제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보수 단일후보'의 사전적 의미와 현실적 기능을 종합해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수적 성향의 고승덕 후보는 강력한 경쟁자였고 고 후보 또한 '보수 단일후보' 표현을 쓰지 말라고 두 차례 말했다"며 "피고인이 쓴 표현은 선거에 전체적인 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허위사실 공표를 인정했다.
또 "단순한 과장·수사 표현으로 볼 수 없고 구체성을 갖고 있다"며 "실제 피고인은 방송 연설 모두발언과 마무리 발언에서 자신을 '보수 단일후보'로 규정했다. '보수 단일후보'는 강력한 징표로 현실적 기능 있다는 걸 피고인이 알고 있었다"고 허위사실 공표에 대한 고의를 인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보수 단일후보'라는 표현은 아주 짤막한 표현이다. 반대되는 정보를 언론 등이 제공했다"며 "유권자가 부정확한 정보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문 전 교육감이 스스로 시정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점도 선고유예 판결의 한 배경으로 꼽았다.
문 전 교육감은 선거 당시 '보수 단일후보'로 쓰인 채 인쇄된 320만부의 선거홍보물을 제외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시정을 요구한 뒤에는 100만부 이상의 선거홍보물 인쇄 중단을 자신의 캠프에 지시했다.
문 전 교육감은 이날 선고공판 후 취재진과 만나 "법의 엄정함을 깨닫고 살아야겠다고 깨달았다. 재판부에서 명철하게 판단했다"며 '죄는 지은거는 틀림없으니까 자숙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 교육감은 지난해 '대한민국올바른교육감추대전국회의'가 추대한 후보였지만 해당 단체를 명시하지 않은 채 자신을 '보수 단일후보'라고 말하며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
16일 오후 항소심 재판을 받기 위해 서울고등법원에 나온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