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올해도 어김없는 망신주기식 국정감사에 속이 타고 있다. 가산금리나 중도상환수수료 인하와 같은 선심성 포률리즘적 정책 요구가 난무하고 최고경영자(CEO)라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증인 출석을 요구받고 있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금융당국 국감에서는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 금리나 수수료로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을 한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대출을 연장할 때 대출이자에 추가로 물리는 가산금리 수익이 지난 4년여간 3조2000억원에 달한다는 내용과 대출을 중간에 갚을 때 부과하는 중도상환수수료 이익도 해마다 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의 경우 시장금리를 반영해 산정되고 있으며,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그로 인해 신용위험도가 올라가면서 비중이 늘어났다고 해명하고 있다. 중도상환수수료도 계약 기간을 지키지 않고 대출을 갚아버리면 은행의 자금 운용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물리는 수수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수수료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알아보겠다"고 답변함으로써 시중은행들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중도상환수수료 인하할 예정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 수장들도 그동안 금리·수수료 시장 자율화를 강조하더니 의원들의 한마디에 백기를 들어버렸다"고 비판했다.
무분별한 증인 채택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종합 국감에서 추가 증인으로 소환시키는 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주인종 전 신한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이 금감원 국감에 참석했지만 답변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책임있는 답변을 할 수 있는 위치인 한 회장을 소환하겠다는 취지지만, 신한지주 관계자는 "지주사 회장은 은행의 여신 집행에 대해서 관여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다음달 6일과 7일 이틀동안 농협중앙회 본점 강당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지주, 농협경제지주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농축산위는 농협이 금융과 경제지주로 나눠져 있어 이틀 일정으로 잡았다고 설명하지만, 농협은 지난 2012년 사업분리 이후 국감을 이틀간 받은 적이 없다. 올해 유독 이틀 일정으로 국감을 하겠다는 것은 연말 임기가 끝나는 최원병 회장에 대한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검찰은 농협 계열사 비리 의혹을 수사중이다. 농협은행이 리조트 사업체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부당하게 대출해줬다는 것과 NH개발이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주었다는 내용으로 모두 농협 고위층을 겨냥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정감사는 국정에 대한 감사이지 기업인에 대한 감사가 아니지 않냐"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정치인들이 본인 이름을 알리려고 경영에 지장을 주는 무리한요구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5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중도상환수수료 개편에 대해 "은행권의 움직임을 보고 미흡한 사항이 있다면 추가적으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