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중학교 근처에 의료관광호텔을 세울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이승택)는 건물신축사업을 시행하는 A사 대표 전모씨가 서울강동송파교육지원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호텔이 들어설 이 사건 건물은 동신중학교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20.47m 떨어져있고, 동신중학교 정문 및 교실에서 이 건물이 확연히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육안으로 건물 내부가 보이지 않아 문제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호텔 투숙객이 창문을 열거나 학생들이 망원경 등을 이용하면 내부의 모습도 충분히 볼 수 있다"며 "감수성이 예민하고 성에 처음 눈을 뜨기 시작하는 중학생들의 건전한 성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호텔 건물의 지하 1층 출입구가 지하철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주변 신축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 학생들의 왕래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광호텔에서도 음성적으로 성매매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의료 관광 중 불건전한 목적으로 이 호텔을 이용할 투숙객을 방지할 장치가 없어 상대정화구역에서 금지시킬 정책적 필요성이 높다"고 봤다.
이 건물은 동신중학교의 출입문에서 직선거리로 125.57m, 학교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로 20.47m에 있다. 한 편은 천호대로와 접하고 있고, 그 반대편 방향에 동신중학교가 있다. 이 건물의 지상 1~5층에 의료시설로이 들어서고, 6~21층은 호텔로 운영되며, 지하 1층은 근린생활시설로 금융업소 등 일반적인 상점이 입점할 계획이었다.
A사는 동신중학교에 대해 인조잔디, 시청각실 등 교육에 필요한 제반시설을 설치해주기로 약속하고 그 대가로 호텔 설립에 필요한 사항을 지원하는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서 안에는 동신중학교가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시설의 폐쇄를 요구할 수 있다는 등 내용이 담겼다.
상대정화구역(학교경계선 또는 학교설립예정지 경계선으로부터 직선거리 200m 까지의 지역 중 절대정화구역을 제외한 지역) 내에 있는 이 건물에 대해 교육감이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습과 학교보건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인정하면 이 구역 안에도 호텔을 세울 수 있다.
A사는 지난해 1월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관광호텔(비지니스호텔)을 세우겠다고 신청했으나 거부됐고, 이후 의료관광호텔을 운영하겠다고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A사가 같은해 7월 강동구청에 '관광숙박업'을 하는 것으로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하자 강동구청은 강동송파교육지원청의 허가 내용은 의료관광호텔업에 한정된다며 사업계획 승인신청을 취하하도록 했다.
그후 A사는 다시 강동송파교육지원청에 '강동 메디컬 호텔'이라는 상호로 관광숙박시설을 운영하게 해달라고 신청했으나 관광호텔은 여전히 금지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후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관광호텔업에 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규정을 새로 제정했고, 전씨는 다시 관광호텔 영업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신청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있었던 서울 이화동 서울사대부초·여중 인근에 설립 예정인 관광호텔에 대해서는 허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관광호텔 부지는 학교와 110m 정도 떨어져있고, 설립될 호텔이 기존의 모텔을 가리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