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설치미술가 아이웨이웨이의 작품 '필드(field)' / 사진 뉴시스
2011년 광주비엔날레 전시를 위해 옮겨지는 과정에서 파손된 중국의 유명 설치미술가이자 인권운동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58)의 35억원 상당 설치미술품에 대해 광주비엔날레 등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은 없다는 판결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스위스 화랑 마일러 쿤스트가 광주비엔날레와 전시용역업체 A사, 국내운송업체 B사를 상대로 낸 7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대여계약 체결 및 운송 전 단계까지는 완전한 상태였다가 임차인(A사)으로부터 운송을 의뢰받은 운송인(B사)이 운송 과정에서 파손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피고들에게 파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작품이 운송 시작 전까지는 정상적인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완전한 상태였다는 점을 임대인인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며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본 원심 판단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수출자와 수입자가 작품 운송 전에 "미술품에 이상이 없다"고 작성한 '상태보고서'에 대해 화랑 측 운송회사의 내부문서에 불과하고, 사건 발생 전에 A사에 제시되거나 송부된 적이 없으며 사진이 첨부돼있지 않는 등 내용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약 1m 길이의 자기 재질 파이프로 만든 정육면체 구조물 49개를 하나로 연결한 작품 '필드(field)'는 중국의 시대적 상황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 아이웨이웨이의 대표작 중 하나다.
스위스 바젤에서 전시된 뒤 창고에 보관 중이던 이 작품을 운반하기 위해 쿤스트는 A사와 관리업무 계약을 맺었다. 스위스 바젤에서 한국 부산항까지의 운송은 쿤스트가 위임한 회사가, 부산항에서 광주 행사장까지의 운송은 A사가 선정한 B사가 담당했다.
하지만 행사를 앞두고 작품이 담긴 상자를 열어보니 16개의 상자 중 13개에서 작품이 손상된 것이 발견됐다. 일부는 파이프끼리 부딪혀 조각이 나버렸고, 일부는 구조물 결합 부분에 크고 작은 균열이 생겼다.
이에 쿤스트는 광주비엔날레와 A사, B사를 상대로 55만 유로(7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은 모두 "한국으로 운송되기 전 작품의 상태가 온전했다는 것을 증명할 자료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