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호 금융위원회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아직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모든 정책을 현장 중심으로 '금융개혁 속도전'을 벌이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조직이 그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머리(수장)만 바뀌었지 몸통(조직)은 그대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임 위원장은 금융개혁을 위한 금융개혁회의와 금융개혁 추진단, 금융개혁 현장점검반, 금융개혁 자문단을 구성했다.
금융개혁회의는 임종룡 위원장, 진웅섭 금감원장 등을 포함해 사회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되며, 금융개혁자문단은 하계 및 금융회사 전문인력들이 금융개혁회의의 안건에 대해 자문을 내놓는다. 금융개혁 현장점검반은 금융당국이 현장을 순회하면서 직접 애로사항을 청취하는 태스크포스팀(TFT)이다.
지금까지 다섯차례 열린 금융개혁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기술금융 개선 ▲금융권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 ▲비대면 실명 확인 허용 ▲금융복합점포에 보험 입점 문제 등이 도출되거나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 입안 과정에서 금융시장과의 소통 창구였던 민관합동 자문단 및 TF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에게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한 관계자는 "정책에 대해서 업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민간 위원들을 TF에 참여시켰지만 당국이 추진하려는 방향은 이미 어느 한쪽으로 정해져 있는 상태라 들러리를 서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업권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인터넷전문은행이나 복합점포 보험사 입점에 대해서는 이미 규제 완화로 결론이 정해진 상태라 민간 위원들은 회의에만 많이 참석했지 말할 수 있는게 없었다"며 "당국으로서는 '민관 합동'이라는 명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임 금융위원장은 또 취임 당시 "선수들의 작전을 일일이 지시하는 '코치'가 아니라 경기를 관리하는 '심판'으로 감독당국의 역할을 바꿔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사 개인에 대한 확인서, 문답서 징구를 원칙적으로 폐지해 부담을 덜어주고 검사방식을 컨설팅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었다.
감독당국의 행태 변화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난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고나 경영진 내분사태와 같은 굵직한 사고가 없다보니 아직까지 검사·감독 행태에 대해 직접적인 체감도가 낮은 점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컨설팅식 감독이 되려면 금감원 진원들이 기존처럼 먼지털이식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금융사의 상황은 이러하니 참고하시오라'는 식으로 상담을 해주라는 것"이라며 "수장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지난 15일 1차 금융규제개혁 추진회의를 법적 효력이 없는 가이드라인, 행정지도 등 이른바 '그림자 규제'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과도한 제재로 민원 예방 노력이 불량한 금융사들에게 영업점에 빨간딱지를 붙이는 제도가 이미 사라졌다. 금감원은 지난해까지 민원 불량 금융사에 공개적으로 고시했지만 지난달부터는 1등급 민원 금융사만 공개하고 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규제개혁은 역대 수장이 바뀔 때마다 나오던 말이라 금융권에서는 새롭지 않다"며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거나 하면 결국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임 위원장은 역대 금융위원장과 다르게 금융감독원과의 공조를 강조하고 있다.
'금융개혁 혼연일체'라는 표현을 쓰면서 금융개혁을 위해서는 금융위 금감원가 한몸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기관의 역할과 권한이 확실하게 구분되지 않으면 현장에서 엇박자가 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법상 상하관계는 아니지만 금융정책당국과 감독당국이라는 양 기관의 역할 차이 때문에 금감원의 거부감도 느껴진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그간 대책발표 등 고상한 일은 금융위에서 하고 매 맞는 일은 금감원이 하지 않느냐"며 "정책 입안자와 감독자의 시각차이가 있는데 의견 표명도 힘들게 됐다"고 는푸념도 나온다.
일례로 최근 경남기업 특혜대출 의혹을 두고서도 금감원 내부에서는 억울함을 표시하고 있다. 대기업 워크아웃의 경우에는 최종 결정과 관련해서 금융위와 긴밀히 상의하는 데도 비난의 화살은 금감원으로만 향한다는 것이다.
이종용·김민성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