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금융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대포통장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뉴스토마토
은행들이 금융사기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는 '대포통장'과의 전쟁에 나섰다. 대포통장은 사용자와 명의자가 다른 통장을 말하는데, 금융경로의 추적을 피할 수 있어 금융사기 등 범죄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장기간 미사용 소액 휴면계좌의 거래를 중단시키거나 현금카드의 입출금 한도를 낮추는 등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사기 피해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사기를 막기 위해 지난 13일부터 장기 미사용 계좌의 거래를 중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거래중지 대상은 예금 잔액이 1만원 미만이면서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 잔액이 1만원 이상, 5만원 미만이고 2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 잔액이 5만원 이상, 10만원 미만이면서 3년 이상 입출금 거래가 없는 계좌다.
다만 거래중지 이후 해지를 원할 때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뱅킹을 이용해 타 은행 계좌로 이체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은행에 이어 이달 중으로 국민·하나은행이, 7월 중에는 기업·농협·신한은행 등이 동참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6개월간 ATM을 이용하지 않으면 현금카드 한도를 1회 및 1일 70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 또한 고객 본인이 별도로 요청하는 경우에는 현금카드 한도를 상향 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지난 4월부터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기업은행, 외환은행 등은 1년 이상 출금 실적이 없는 현금카드의 출금한도를 1일 70만원으로 낮춘 바 있다.
아울러 은행들은 고객들에게 통장 개설 전부터 대포통장으로 인한 피해 및 법적 처벌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는 등 통장 개설 절차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농협은행은 지난달 대포통장 모니터링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농협은행에 따르면 대포통장 모니터링을 통해 올 들어 348좌의 대포통장을 적발했고 11억5500만원의 피해금액을 사기범이 인출하기 전에 지급정지하는 실적을 거뒀다.
또한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은행에 신고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ATM 지연인출시간을 확대하는 조치를 취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10일부터 계좌에 입금된 금액이 300만원 이상일 경우 ATM을 인출이 제한되는 시간을 10분에서 30분으로 확대됐다.
은행권이 이처럼 대포통장 잡기에 나선 것은 그동안 다양한 근절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포통장은 오히려 증가해 왔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3만3496건이던 대포통장 발생 건수(피싱사기신고 기준)는 2013년 3만8437건으로 14.7% 증가했고 2014년에는 4만4705건으로 16.3%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범죄자들의 대포통장을 이용한 금융사기 수법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며 "장기미사용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활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악용 소지를 원천 차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