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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리거'의 치열함에서 얻는 힌트
잘하고 잘산다는 것의 상대적 의미
입력 : 2015-06-17 오전 6:00:00
축구대표팀의 이정협(24·상주상무)과 이용재(24·V바렌 나가사키)가 화제다. 둘은 모두 2부리그에서 뛰는 공격수다. 그런데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UAE)전에선 나란히 골도 넣었다. 지난해 이정협이 슈틸리케 감독의 신임을 얻더니 이제는 그 분위기가 이용재까지 연결된 모습이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그들이 보냈을 치열한 시간과 지금도 품고 있을 간절한 마음이 느껴져 흐뭇하다.
 
1팀을 대충 30명으로 잡고 K리그 전체 23팀을 곱해도 690명에 달한다. 이들 중 23명 내외의 선수들만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해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까지 합하면 문은 더 좁아진다. 2부리그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고 거기서 골까지 넣을 확률은 한국에서 낙타고기를 먹을 수 있는 확률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K리그는 2013년에 승강제를 도입했다. 팀 성적에 따라 리그를 오르내리는 시스템이다. 외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리그 사이의 경계선이 그어졌다. 이 선은 지구를 남반구와 북반구로 가르는 적도와도 같아서 윗동네인 클래식(1부리그)과 아랫동네인 챌린지(2부리그)의 온도 차를 가져왔다. '최고 수준'을 뜻하는 클래식의 우아함과 '도전'을 의미하는 챌린지의 절실함이 그렇게 탄생했다.
 
솔직히 말하면 챌린지 경기는 주목도가 떨어진다. 챌린지 중에서도 약체 팀끼리의 맞대결이 더욱 그렇다. 이런 경기는 관중의 함성보다 그들이 차는 축구공 소리가 더 클 때도 잦다. 하지만 운동장 한가운데의 열기마저 미지근한 것은 아니다. 선수들 유니폼에 짙게 밴 땀 냄새가 더욱 쉽게 관중석까지 전해질 때도 있다. 이들이 내뿜는 열기와 선수로서 발전하겠다는 의지는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연 많은 선수가 "하고 싶은 축구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 할 때면 우리를 좀먹는 성과주의를 헤쳐나가기 위한 힌트를 얻기도 한다. 리그 사이를 관통하는 뚜렷한 경계선은 이 앞에서 순식간에 희미해진다.
 
미학적인 의미에서 잘한다는 것이 경쟁적으로 잘한다는 것을 수반하지는 않는다고 어느 스포츠 예찬론자가 말했다. 축구광으로 알려진 소설가 알베르 카뮈는 "인간의 도덕과 의무를 축구에서 배웠다"고 회고한 바 있다. "잘살고 있나요? 잘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의 해답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임정혁 스포츠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
 
김나볏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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