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을 선택하는 인구가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이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여유자금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치솟는 전세값과 좁은 취업문 등 도시의 팍팍한 삶 대신 농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인구가 많아지고 있다. 귀농과 귀촌에 대해 배우려는 인구도 늘어나고 있으며 학습 열기도 뜨겁다. 그럼에도 수십 년간 도시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 완전히 바뀐 환경에서 적응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치밀한 준비와 탄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뉴스토마토>는 국내 귀농·귀촌의 현상을 살펴보고 성공전략과 애로사항에 대해 짚어봤다.
지난해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농촌으로 돌아간 귀농·귀촌자 수가 4만4000가구를 넘어서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3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귀농·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는 총 4만4586가구, 8만855명을 기록했다. 귀농·귀촌 가구는 2001년 880만가구에서 2011년 1만가구를 돌파한 뒤 2012년 2만7008가구, 2013년 3만2424가구 등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40대 이하 젊은 층의 농촌 유입이 크게 늘었으며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주거비용과 교육비 등 경제적 요인이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귀농·귀촌 인구가 해마다 지속적으로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한다.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귀농귀촌 후 2~3년이 지난 시점에서 당초 내려간 지역에서 농촌생활을 유지하는 비율은 89.3%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귀농·귀촌인이 2~3년이라는 기간 중 연착륙에 성공하는 셈이지만, 반대로 살펴보면 나머지 10% 가량은 농촌생활 적응에 실패해 도시로 돌아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귀농·귀촌인 대부분은 조용한 전원생활을 원해 1년 이상 준비 후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일보다는 과수나 채소 등 농업에 집중하는 생활을 하지만 귀농·귀촌 이후에도 여전히 자금부족을 고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농촌진흥청이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함께 귀농·귀촌인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귀농·귀촌인 정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귀농·귀촌의 성공에 대해 ‘매우 성공적’(7.2%), ‘성공적인 편’(38.2%)로 긍정적인 응답이 45.4%로 나왔다. 실패했다고 평가한 사람들은 5.1%였지만, ‘아직 모르겠다’는 응답도 49.6%로 높게 나왔다.
도시로 다시 이주할 의향에 대해서는 대부분 '없다(72.1%)'라고 답했으며, '의향이 있다(8.6%)'는 응답은 매우 낮았다. 대부분이 귀농·귀촌 생활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귀농과 귀촌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 중에서는 ‘여유 자금 부족’(47.2%)이 가장 높았다. 이어 ‘영농 기술 습득’(27.4%), ‘농지 구입’(25.5%), ‘생활 여건 불편’(23.8%), ‘지역주민과의 갈등’(16.1%) 순이었다.
실제로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06년 100대 78.2 수준이던 도농 간 소득격차는 2012년 들어 더 벌어져 100대 57.6 수준이 됐다. 도시 근로자가 100만원을 벌 때 농업 종사자는 57만6000원밖에 벌지 못하는 것이다. 전체 농가소득에서 '농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 왔다. '귀농'해서도 농사만 짓고서는 밥 벌어 먹기가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귀농·귀촌인 중 농업에만 종사하는 사람은 40.2%였다. ‘농업과 다른 경제 활동을 겸업’하는 사람은 35.8%, ‘농업 이외 다른 분야 경제 활동에만 종사’하는 사람은 13.3%였다. 농업 이외의 겸업을 하더라도 철저한 계획과 준비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농촌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상당수 귀농인이 2억원 미만의 자금으로 귀농에 뛰어드는데, 이 돈으로는 땅 사고 집 짓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며 "여윳돈이 없는 상태에서 소득이 없는 이주 초기 기간을 못 견디고 중도 포기하는 사례가 꽤 된다”고 말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